오아시스가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돈이 극과 극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내민 도전장이다. 일각에선 중소형주의 흥행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어들의 상장 철회가 이어지는 등 시장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않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 역시 "따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바랐다면 지금 상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혀 꽁꽁 얼어붙은 IPO 시장의 분위기를 역전시킬 트리거가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다. '국내 상장 1호 이커머스' 타이틀을 얻기 위해 오아시스의 도전이 성공리에 마무리지을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7~8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500~3만9500원으로 총 공모금액은 1597억~2068억원이다. 시가총액은 최대 1조2535억원 수준이다.
오아시스는 기업가치 평가 방식으로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EV/Sales) 비율을 적용했다. 할인율 적용 전 시가총액은 1조6224억원으로 제시했다. 비교그룹은 중남미 이커머스 '메르카도 리브르',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씨', 쿠팡, 핸드메이드 전문 미국 이커머스 '엣시' 등 네 곳이다. 오아시스의 EV/Sales 비율은 3.77배다. 엣시(6.69배), 메르카도 리브르(4.70배)보다는 낮고 씨(2.34배), 쿠팡(1.36배)보다는 높다.
이 회사는 새벽배송을 하는 이커머스 중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주목받는다. 오아시스의 매출액은 2020년 2386억원, 2021년 3569억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31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97억원, 2021년 57억원, 2022년 3분기 누적 77억원으로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누적 기준 판매 채널별 매출 비중은 온라인 60%, 직영 매장 32%, 생협 및 지어소프트 7% 등이다.
이 회사의 공모주식 수는 523만6000주로, 이 가운데 366만5000주가 신주 모집이다. 나머지 구주매출은 오아시스의 최대주주 지어소프트가 보유한 물량이다. 구주매출은 기업 상장할 때 공모 과정에서 최대주주 등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물로 내놓는 것이다.
구주매출은 공모로 조달한 자금이 신규 사업 등에 쓰이지 않고 기존 주주에게 돌아간다. 오아시스의 경우 공모액의 30%가 지어소프트로 향하는 구조다. 공모 후 지어소프트의 지분율은 55.17%에서 43.85%로 줄어들게 된다.
재무적 투자자(FI)의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한국투자혁신성장스케일업사모투자, 2020 KIP Bon Appetit 투자조합, 한국투자 Re-Up 펀드, 한국투자 광개토투자조합 등 6개 펀드를 통해 오아시스 주식 387만5662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매매가 제한된 33만100주를 제외한 354만5562주는 상장 당일 처분할 수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도 프레시오아시스, 유니슨오아시스를 통해 총 330만2150주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183만4550주다. 이밖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46만6441주, 머스트벤처스는 머스트1·2호벤처투자조합을 통해 81만5350주를 보유 중이다. 이 두 곳의 보유 물량은 모두 보호예수가 없어 상장 당일 처분 가능하다.
다만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는 상장 후 FI들의 매도 가능성은 작다고 일축했다. 이날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안 대표는 "FI들의 투자가 집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최소 5년 이상은 보고 계신 걸로 안다"며 "이랜드도 그렇고 전략적투자자(SI)로서 중장기적으로 같이 가겠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컬리와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등 상장을 준비하던 IPO 대어들이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IPO 시장에 한파가 이어지고 있어 흥행에 성공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상장철회를 부인하던 컬리는 지난달 결국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올해 상반기 IPO를 추진하던 케이뱅크도 상장을 미루기로 했다. 상장 추진 초기 8조원까지 언급됐던 케이뱅크의 몸값이 시장 상황 악화로 실제 시장에서는 4조원 이하로 평가받으면서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 1월 IPO 기업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은 676대 1, 일반 공모청약 경쟁률은 378대 1을 기록하며 최근 4년 중 동월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기관 수요예측 과정에서 종목선정에 신중해지면서 종목별로 차별화 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1월 수요예측 결과를 살펴보면 31.33대 1의 저조한 경쟁률도 있는 반면 1701.62대 1을 기록한 기업도 있었다. 일반 청약 경쟁룰은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과 동기화 되는 모습을 보였다.
덩치가 1조원대로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올해 IPO 흥행에 성공한 기업들은 대부분 몸집이 작았다. 꿈비의 예상 시가총액은 355억원 수준으로 작았는데, 청약 증거금은 2조원이 몰렸다. 스튜디오미르는 1044억원, 미래반도체는 866억원 수준이었다. 스튜디오미르와 미래반도체는 지난해 찾아보기 힘들었던 '따상'을 기록한 종목이다.
오아시스의 공모가가 고평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오아시스의 1조원대 시가총액과 2000억원 공모 규모는 현재 시기에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라며 "IPO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인데다 흥행을 한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형주였다. 오아시스 역시 눈높이가 더 낮아지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