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장관이 2년 실형을 받은 다음날 더불어민주당은 장외로 나갔다. 서울시청~남대문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2만명(민주당 추산 30만)이 모였다. 민주당이 내건 슬로건은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 독재 규탄대회’였다. 출범 1년도 지나지 않은 정권이 민생을 파탄 냈다는 것인데 공감할 국민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물가와 금리, 난방비 급등 원인을 뚝 잘라 현 정부 책임만으로 돌리는 건 무리하다. 검사 독재 또한 정치 언어에 불과하다. 검사 출신이 눈에 띄게 진출한 건 사실이지만 독재는 과장됐다. 설령 모든 문제를 인정한다 해도 원내 제1 정당으로서 국회에서 바로잡는 게 대의정치에 부합한다. 결국 장외 집회는 이재명 대표 검찰수사에 대응하는 맞불 놓기라는 걸 자인한 셈이다.
민주당의 장외 집회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장외 집회 이후 6년 만이다. 그러나 2016년 겨울 장외 집회와 2023년 2월 4일 집회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6년 전 민주당은 원내 제1정당이 아닌 야당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69석을 가진 원내 제1정당이다. 진보정당을 포함하면 180석이 넘는다. 국회 내에서 얼마든지 자신들 의도대로 원하는 걸 처리하고 집권여당을 견제할 수 있다. 장외 집회는 다수정당 횡포에 맞서 소수정당이 국민을 상대로 호소하는 최후 수단이다. 그런데 국회 제1정당이 국회를 내팽개친 채 굳이 장외로 나간 이유는 뭘까. 민주당은 여러 이유를 들고 있지만 탄착점은 정권 퇴진과 이재명 방탄으로 모아진다. 명분도 내용도 정당성을 상실한 장외 집회였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거셌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 사안과 관련해 장외에서, 국회 밖에서 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비명(비 이재명)계 조응천 의원 역시 “민주당이 장외에서 (투쟁)하는 것이 결국은 또 당 전체가 나서서 (이 대표) ‘방탄보호막이 되려고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박용진 의원은 ‘총선 폭망론’을 거론했다. 그는 과거 자유한국당 장외 투쟁을 언급하며 “(당시 자유한국당) 총선 (결과)는 ‘폭망’이었다”며 “정치 탄압은 장외 집회로 극복되는 게 아니다”고 경고했다. 상식적인 문제 제기였지만 무시됐다.
이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줄 세우기와 충성 경쟁을 강요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미 ‘개딸’과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개별 의원을 평가하는 체크리스트가 나도는 상황에서 집회 참석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체크리스트는 낙인찍기나 다름없다며 팬덤 정치 가속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날 장외 집회를 두고 ‘조국 수호’ 서초동 집회를 떠올렸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제2 조국 수호 집회로 규정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기시감을 떠올리며 장외 집회가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2019년 ‘조국 수호’ 집회는 감성적인 선동이나 다름없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은 3일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12개 혐의로 조 전 장관을 기소했는데, 입시 비리 혐의 대부분은 유죄로 인정됐다. 앞서 정경심 교수도 입시 비리와 7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확정돼 징역 4년, 벌금 5000만원과 함께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대학교수 지위를 이용해 수년간 반복 범행한 것으로서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다.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다. 재판부가 입시 비리 범죄를 엄격하게 판단한 건 그만큼 사안이 가볍지 않다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는 병역문제와 함께 공정과 불공정을 가르는 민감한 지표다.
국민들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확인했다. 이전에는 교육을 통해 가난한 집 자녀도 성공 사다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특권과 반칙이 횡행하면서 교육은 신분과 부의 대물림 창구로 변질됐다. 조 전 장관 부부는 교수 신분을 이용해 입시 공정성을 해쳤다는 점에서 지탄 대상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에게만 혹독한 잣대를 들이댔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지지층 또한 “누구나 하는 방법이다”며 본질을 호도했다. 그러면서 검찰권 축소에 반발하는 움직임으로 몰고 갔다. 조 전 장관 부부 모두 유죄가 확정된 만큼 “내가 조국이다”며 선동했던 정치인들은 사과해야 하지만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1심 판결 이후 조 전 장관은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임을 강조했다. 조민씨 또한 유튜브 방송에서 “떳떳하다”며 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 민주당은 조국 수호 당시 당 전체가 움직였던 것과 달리 침묵하고 있다. ‘조국 백서’ 필진으로 조국을 두둔했던 김남국 의원도 묵묵부답이다. 그는 21대 총선 당시 조국 장관 임명을 반대했던 금태섭 전 의원의 서울 강서구 갑 출마를 선언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김남국을 경기 안산 단원을에 전략 공천했지만 한계를 드러냈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조국 집회로 인해 빚어진 분열과 반목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조국 옹호에 올인했던 정치인과 지지자들의 외면과 침묵이 불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언제까지 팬덤정치와 선동정치를 계속할 것인지 안타깝다. 윤석열 정부 실책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보여준 자충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냉철하게 헤아려야 한다. 민주당의 장외 투쟁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다 ‘제2의 조국 사태’로 끝날까 걱정이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