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버텨, 침착해! 조금만 기다려!”
지난 해 8월 8일 밤 10시, 수도권 집중호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주택이 침수됐다. 미처 탈출하지 못한 거주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웃주민들은 물 속으로 뛰어들어 주택 호수를 확인하고, 출입문 개방을 시도했다. 물이 차 문이 열리지 않자 다시 지상으로 나와 방범창을 뜯어내고 거주자를 지상으로 구조했다.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내어 재난현장으로 뛰어든 이들은 평범하고 위대한 우리들의 이웃이었다.
소방청(청장 직무대리 남화영)은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에 처한 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위대한 이웃’ 9명의 시민 영웅에게 ‘119의인상’을 수여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구조활동에 임했던 이태희 경장(서울 관악경찰서)에게는‘재난현장활동 유공’표창을 수여했다.
신동원(52生), 권정찬(96生), 황희찬(98生)은 2022년 8월 8일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시 관악구 소재 반지하주택이 침수된 급박한 상황에서 방범창을 뜯어내어 내부에 갇혀있었던 거주자 4명(학생 2명 포함)을 구해냈다. 안팎으로 가득 찬 물 때문에 출입문이 열리지 않자 방범창을 뜯어내 이들을 지상으로 구조했다.
같은 날 인근에서 발생한 또 다른 침수 현장에서는 박종연(66生), 김정현(88生), 이태희(88生), 김진학(94生), 은석준(97生) 의인이 고군분투했다. 물이 차오른 반지하주택에서 1시간 가량 고립되어있던 거주자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웃이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라며,“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지난 해 7월 8일 오전 5시쯤 서울 한강변에서 산책 중이던 전성배(85生) 의인은 누군가 비틀거리며 물속으로 걸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장마로 인해 강물의 수위가 높았고 유속이 강했음에도 생명을 구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뛰어들어 시민의 목숨을 구했다. 전씨는 “평소 수영에 자신이 있었음에도 그 순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손이 떨리고 아찔한 상황이었다”며, “매 순간 이같은 상황을 맞닥뜨릴 소방공무원들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진호(94生) 의인은 화재 현장에서 쓰러진 이웃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2022년 8월 7일 강원도 태백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고 3층 주민이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씨는 주저하지 않고 달려갔다. 연기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바닥에 쓰러져 있는 구조대상자를 등에 업고 탈출했고, 때마침 도착한 소방대원에게 인계했다.
의인은 “불길이 두려웠지만 이웃이 위험에 처한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며, “앞으로도 위급한 상황에서 망설임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는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이웃을 먼저 생각한 용기와 정신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해주는 숭고한 가치”라며, “이를 몸소 실천하신 의인들의 헌신적인 자세에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여식 행사에서는 ‘의로운 정신과 희생에 대한 찬사’의 의미를 가진 119의인 기념장과 감사패를 전달했으며, 소방동우회 김태훈 본부장은 지마켓에서 지원한 포상금을 전달하며 함께 의인들을 격려했다.
한편, 119의인상은 재난 및 사고현장에서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을 구한 이들의 정신을 기리고 예우를 표하기 위해 2018년 도입되었다. 이번까지 총 47명이 119의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