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시진핑의 '집체학습'서 등장한 경제ㆍ군사력 주동권 확보란?

2023-0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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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고문]


 

지난해 10월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習近平)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과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에 이어 세 번째로 장기집권 태세를 갖춘 시진핑(71)은 1억에 가까운 당원 수를 자랑하는 중국공산당을 어떻게 끌고가려고 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공산당은 다음 달 5일 개최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우리의 정기국회에 해당)를 앞두고 있다. 전인대에서는 행정부인 국무원을 이끌 총리와 각 부 장관 인사가 확정될 전망이다. 중국공산당의 1당 통치가 헌법에 보장된 중국에서 총리는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서열 2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임되는 관례를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20차 당대회에서 서열 2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는 리창(李强·64) 전 상하이(上海)시 당위원회 서기가 선출됐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이 앞으로 중국공산당을 어떻게 끌고강 생각을 하고있는지는 1월 31일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정치국 제2차 집체(集體·집단)학습에 나가서 한 연설에서 그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중국공산당 정치국 집체학습은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뒤 두 번째로 당 총서기에 오른 후진타오(胡錦濤·81)가 2002년에 만든 정치국원 학습 프로그램이다. 후진타오의 후임 시진핑도 꾸준히 집체학습을 이어왔다.
집체학습은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던 덩샤오핑 자신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잘 모르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려니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덩샤오핑은 자본주의 국가인 프랑스로 14세 때 유학을 가서 자본주의 사회를 학습하고 왔고, 덩샤오핑의 오른팔이던 당 총서기 자오쯔양(趙紫陽)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198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을 중국으로 초청해 자본주의 개인 교습을 받았다.
자오쯔양의 후임 총서기 장쩌민은 1993년 프리드먼을 초청해서 자본주의 공부를 했다. 그런 분위기를 이어받은 장쩌민의 후임 총서기 후진타오는 2002년 16차 당대회 이후 정치국원들에 대한 집체학습 프로그램을 당의 재교육 기관인 당교(黨校)에 만들어 상설화 하는 작업을 했다. 후진타오는 중앙당교 교장이던 1993년 프리드먼을 초청해서 자본주의 강좌를 들었다.
2002년에 상설화 된 첫 번째 정치국 집단학습의 주제는 “법치사회와 샤오캉(小康) 사회의 건설”이었다. 샤오캉 사회란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건설에 성공해서 실현할 GDP 중진국 사회의 콘텐츠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후 중국공산당은 “학습을 중시하고, 학습을 열심히 하며, 학습을 좋아하는 마르크스 주의 정당”이라고 자부해왔다.
시진핑은 2012년 당 총서기로 처음 선출된 뒤 5년 임기 동안 모두 43차례의 집체학습을 실시했고, 2017년 이후의 두 번째 5년 임기 동안에는 모두 31회의 집체학습을 실시했다.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16일 세 번째 당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10월 25일 제1차 집체학습을 실시했다. 1월 31일 시진핑 총서기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국공산당 핵심 코어그룹 25명으로 이루어진 정치국의 학습 주제는 “새로운 경제 발전 국면과 발전에 대한 안전적 주동권(主動權) 증강에 대하여”였다. 시진핑이 처음으로 제기한 ‘주동권’이라는 용어가 어떤 개념을 가진 단어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이날 정치국원 집체학습에서 시진핑이 강조한 연설내용을 분석해보자.
“새로운 경제발전의 국면을 조속히 조성하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분투해서 달성할 목표들을 실현할 근거를 확보합시다. 경제발전과 군사적 안전을 통괄할 수 있는 전략적 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미래 발전의 주동권을 확보하는 전략적 배치가 될 것입니다.”
사회주의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던가. 시진핑의 말을 풀어서 헤쳐보면 “중국의 꿈의 내용인 경제강국과 군사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나 안보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균형 잡힌 정책들을 만들어나가자”는 정도가 될 것이다. 시진핑이 그 다음에 한 말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새로운 발전국면을 조성해나가야만 국가경제 발전의 펀더멘털을 충실하게 다질 수 있다. 경제발전의 안정성을 증강해나가야만 예견되는 각종 광풍(狂風)과 폭우(暴雨)와 파도 속에서 국가의 생존력, 경쟁력, 지속성을 증강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달성할 수 있으며, 우리 의사와는 관계없이 지체되거나 중단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시진핑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과학기술 봉쇄정책을 펴고있는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학기술의 자립과 자강을 확보하는 걸음을 보다 빨리 하고, ‘외국이 우리의 목을 누르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형 거국적 체제를 수립해서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국가전략을 확립해야 한다.”
시진핑의 말에서 주목해야 할 용어는 ‘외국이 우리의 목덜미를 누르는(卡脖子) 문제’라는 말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외국’이란 미국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목덜미를 누르는 문제’란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의 발전을 차단하기 위해 네덜란드 ASML에게 중국에 노광기 수출을 못하도록 국제적 압박을 가하는 문제 같은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25명의 정치국원들과 진행한 집체학습에서는 지난 당대회에서 지방의 중요지역 당서기로 지명된 인리(尹力) 베이징(北京)시 당서기, 류궈중(劉國中) 산시(陝西)성 당서기,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장궈칭(張國淸)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천지닝(陳吉寧) 상하이(上海)시 당서기, 황쿤밍(黃坤明) 광둥(廣東)성 당서기 등의 정치국원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와 지방의 현황 등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고 의견교환을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앞으로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 등 중국 경제발전의 핵심축을 이루는 성(省)과 특별시의 책임자들이 곧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지방행정의 중심인물들이 될 것이라는 예고를 한 셈이다.
시진핑은 코로나19에 대한 제로방역의 피로감 때문에 발생한 공산당과 자신에 대한 인민들의 거부감 표시 이후 당에 대한 장악력이 느슨해지는 것을 우려한 듯 2월 1일 공개된 당 이론지 구시(求是) 기고문을 통해서는 “당의 자아혁명(自我革命)”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이 기고문을 통해 당의 중앙집중적 영도 견지, 전면적인 종엄치당(縱嚴治黨) 견지, 당의 정치 건설 견지, 당의 기조 견지, 당의 작풍(作風) 건설 견지, 반부패 노선 견지, 부정부패와 손 끊기 견지, 중요한 소수 당원에 의한 솔선수범 견지, 국가 감독제도 견지 등 ‘아홉 가지의 견지’를 제시했다.
시진핑은 지난 가을의 당대회 직후 여섯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이끌고 옌안(延安)의 중국공산당 혁명 유적들을 돌아보며 정치국 상무위원들에게 현재의 중국공산당이 마오쩌둥 시절 초기 공산당의 초심을 잃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상무위원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이번 정치국원들에 대한 집체학습에서는 경제발전과 군사력 확보가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수레의 두 바퀴임을 분명히 했다. 다음 달 5일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 대회를 앞두고 지난 겨울 동안 많이 흔들린 중국공산당에 대한 자신의 장악력과 중국공산당의 국내정치 장악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정신점검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공산당 정치국원들에 대한 집체학습은 개혁개방 초기의 덩샤오핑 시대에는 사회주의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공부를 하는 모임이었으나, 시진핑 시대에 와서는 거꾸로 당의 국내정치 장악력과 자신의 3연임 체제 굳히기를 위한 학습이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되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냈다.
 
<미니 박스>

시진핑 집권과 덩샤오핑 개혁개방 정책의 운명
 

시진핑은 1월 31일 정치국 집체학습을 통해 1980년대부터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 정책의 운명에 대해서는 학습의 말미에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개혁개방을 진일보 심화시키고, 국내와 국외 쌍순환의 동력과 활력을 증강하자. 시장화 개혁을 심화시키고, 높은 수준의 시장시스템을 건설하며, 전국 통일 대시장을 구성하자. 지적 재산권 보호정책을 완비하고, 공평한 경쟁과 시장경제 기초제도를 확립하고, 독점과 부정당한 경쟁을 지양하자. 자본의 건강한 발전과 경영주체들의 창업을 보장하기 위해 양호한 투자환경을 보호하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한다.”
이번 집체학습에서도 경제발전과 안보를 병행하는 ‘주동권’ 확보가 우선 강조되고, 개혁개방에 대한 강조가 후순위로 밀린 점이 주목된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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