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주택 미분양 문제에 대해 "아직 정부가 떠안아야 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정부 차원의 인위적인 매입 등 직접적인 정책을 당장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분양 제도에서 일반 미분양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두 주택시장 위기로 볼 필요는 없다"며 "준비 중인 대책은 금융경색이나 거래 규제가 과도한 부분을 완화해 시장 기능이 정상화되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의 이번 발언은 정부 차원의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원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서울 강북구의 미분양 아파트를 고가에 매입한 것을 두고 "매입임대주택 제도 취지와 무관하게 업무 관행대로 한 것은 무책임하고 무감각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LH는 취약계층을 위한 전세매입임대 사업의 일환으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가구당 2억1000만∼2억6000만원선, 총 79억4950만원에 매입했다.
원 장관은 또 정부 지원 이전에 기업의 자체적인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원 장관은 "지난 7~8년 국내 주택경기(호황)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어차피 사이클은 타는 것"이라며 "기업 나름대로 해외 건설을 추진하든, 자구 노력을 해야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정부 보고 떠안으라거나 구제금융을 하라는 것은 시장경제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원 장관은 앞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LH의 미분양 아파트 고가매입 논란에 대해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일침을 날린 바 있다.
원 장관은 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방어나 거래량 회복을 위한 인위적인 대책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거래량을 늘리거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적인 정책을 쓰는 건 부작용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면서 "그런 방법은 최대한 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급락하는 집값으로 발생하는 '역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 지원 의지는 피력했다. 그는 "역전세로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선량한 집주인의 금융경색 등을 막기 위해서 전세반환을 위한 대출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에서 예외를 둔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가급적 숨통을 터줄 것"이라고 했다.
건설노조의 불법 관행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원 장관은 "타워크레인 소유자와 운전자는 노조로 조직돼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업자라 부당한 금품을 받으면 공정거래법상 불법"이라며 "현행법에 따라 돈을 환수하고 처벌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설노조가) 불법을 신고한 업체에게 전화해 '이번 정부가 가면 얼마나 가겠냐. 끝나면 두고 보자'며 공공연히 협박을 하고 있는데 어림없는 착각이라는 것을 확실히 뿌리내리게 하겠다"며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불법으로 돈을 뜯어내는 독점 관행은 고칠 것"이라고 했다.
잇따른 철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코레일 사장 교체도 예고했다. 원 장관은 "코레일 자체의 안전 불감증과 노사가 서로 야합한 편의주의가 심각 단계라 리더십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본다"면서 "현재 (나희승 사장) 해임 건의 절차를 밟고 있으며, 2월 중에는 최종심의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