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으로 중동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동 순방에 나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첫 순방국인 이집트에 도착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을 연이어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국의 긴장감을 완화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블링컨 장관의 중동 순방 주요 의제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긴장 상태가 거론된다. 블링컨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은 수 주 전부터 예고됐으나 최근 잇따른 폭력 사태로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고조되자 로켓과 미사일도 등장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5발이 날아왔다. 로켓은 이스라엘 방공망인 아이언돔에 요격되거나 분리 장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를 동원해 15차례 공습으로 보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블링컨 장관의 중동 순방 일정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강력한 의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중동 내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상황을 모른 척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알자지라통신은 "극우 국가주의 정당을 포함한 신임 이스라엘 정부와 대화에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진정 요구를 반복하고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이 양국 사이 긴장감을 완화시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교관 출신인 애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이집트의 중재로 11일 만에 끝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을 언급하며 "그들이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최선은 2021년 5월에 생긴 일을 피하기 위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2021년 5월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188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의 전 협상 담당자였던 갈리스 알 오마리 워싱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블링컨 장관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보다는 전통적인 미국의 입장을 반복할 것"이라며 "순방 자체가 메시지이며, 블링컨 장관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겠지만,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고 짚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경한 우파로 평가받는 네타냐후 정권이 출범한 것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긴장감 완화를 어렵게 할 요인으로 지목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반아랍, 반팔레스타인 발언으로 수차례 비판받았다. 최근 공개된 '연립정부 합의서에서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약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은 더욱 고조됐다. 팔레스타인 지역 내 군경을 동원한 유대인 정착촌 확대는 갈등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바이든 정부와 국제 사회는 정착촌 확대를 불법으로 규정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철회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오는 30일과 3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임시 수도인 라말라를 방문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