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등은 지난 27일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재한 3국 국가안보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다만 NYT에 따르면 3국은 예민한 사안임을 고려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미국이 지난해 10월 중국에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를 내린 것의 확장 선상에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당시 중국의 첨단 반도체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대중 수출 통제를 현실화했다. 이에 미국기업이 △18㎚(나노미터·10억분의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 이하 연산칩을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이어 미국은 반도체 장비 시장에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동맹국인 일본과 네덜란드에도 수출통제 조치 동참을 압박했다.
미국의 압박에 일본은 협조 의사를 밝혔지만, 네덜란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네덜란드는 이미 최첨단 기술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을 통제했기에 난색을 표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의 페테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매출의 15%가 중국에서 나오는데 수출길이 막혔다. ASML은 충분히 희생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일본도 동일하게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은 수개월 이내에 국내법을 개정해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WSJ는 일본도 니콘 등 반도체 제작 기업에 DUV 장비 수출 통제 제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3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가한다면 중국의 반도체 장비 공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1위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2위 네덜란드 기업 ASML 홀딩, 3위 미국 램리서치, 4위 일본 도쿄 일렉트론이 독식하고 있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을 모두 합하면 약 70%에 달한다.
문제는 대중 수출 통제가 실효성을 거둘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일본과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만 감소시키고 중국의 독자적인 반도체 장비 생산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페테르 베닝크 ASML CEO는 블룸버그통신에 "중국은 반도체 장비를 구할 수 없다면 스스로 개발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들은 결국 이를 해낼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중국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정보소비연맹 이사장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 독자적으로 반도체 생산장비를 개발하는 데는 몇 년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디커플링 추진은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반도체 생산을 촉진시켰고 이는 중국 자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향상을 촉진시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