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정치 타파] '87년 체제' 피로감 고조...다당제·연정 가능한 '선거구제 개편'이 해법

2023-01-1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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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해 6월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제2동주민센터 대강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한민국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결집했고, 이는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9차 헌법개정으로 이어졌다. 군부독재에 마침표를 찍은 제6공화국 출범이자 이른바 '87년 체제'의 시작이다.
 
'87년 체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1988년 13대 총선부터 부활한 소선거구제도다. 2·3위 득표는 사표(死票)가 되는 '승자 독식' 한계가 분명하지만,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파악하기 쉽고 선거 비용이 절약되는 장점 등이 분명해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87년 체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가장 오래 유지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윤석열 대통령까지 8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시대의 굴곡을 넘어 우리 사회의 '형식적 민주주의'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됐고, 중진국 함정을 넘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87년 이후 36년이 지난 87년 체제는 우리 사회에서 분출되는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에 이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상대방보다 불과 1표만 더 확보해도 모든 권력을 차지하는 '승자 독식'에 따른 '대립‧갈등'을 유발하는 정치구조를 '대화‧타협'을 유도하는 정치구조로 바꿔야 '실질적 민주주의' 국가를 완성할 수 있다.
 
이에 10차 개헌 추진과 함께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지탱하는 소선거구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초부터 나오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국민적 합의 등이 필요한 개헌 추진이 쉽지 않다면, 여야 합의로 물꼬를 틀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부터 풀어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된 기초 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회 의원, 교육의원은 509명(비례대표 포함)으로, 총선출 인원(4132명)의 12.3%에 달한다. 2인 선거구에서 거대 양당이 각각 1명씩 후보를 내고 소수정당이 후보를 내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호남과 영남에서는 아예 특정 정당이 복수 공천으로 싹쓸이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제8회 동시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시범 실시의 효과와 한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선거 전체 당선인 중 소수 정당 후보는 불과 23인에 불과했다. 17인은 3인 선거구에서 당선됐고, 나머지 6인 가운데 3인은 4인 선거구, 3인이 2인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보고서는 "2인 선거구보다 3인 이상 선거구가 소수 정당에 유리한 선거환경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향후 총선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중·대선거구제가 '절대 선(善)'은 아니다. 헌정사에서 중·대선거구제는 1973년 9대 총선에 도입돼 1985년 12대 총선까지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체제를 뒷받침했다. 일본 자민당의 장기 집권 배경에도 중·대선거구제가 있다.

결국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물론 지난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꼼수로 좌절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검토해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를 최대한 일치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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