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제2 대장동' 방지책은.."후진적 토건 시스템 교체와 견제 강화가 답"

2023-01-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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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심목),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수년간 전국을 들썩이게 한 성남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올해도 이어진다. 대장동에서 확인된 택지 분양 이익만 6000억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개발 비리다. 규모는 ‘초유’지만 비리의 구조는 낯설지 않다. 대장동 특혜 의혹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 남용과 탈법적 인허가, 불투명한 민간개발업자들에 대한 위법적인 이익 몰아주기 등의 구악이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전문가들은 대형 비리를 가능케 한 후진적 법제와 작동하지 않는 견제장치를 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주범’으로 지목한다. 비대한 인허가 권한 대비 부실한 관리 체계와 민간 개발업자들의 탐욕을 견제할 수단의 부재는 언제든 ‘제2 대장동’을 잉태할 토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주경제는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심목),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이하 가나다 순) 등 부동산·행정 분야 전문가 4인과 대장동 사건의 근본 원인을 짚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진단했다.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은 택지 개발이익 중 상당수가 민간 개발업자에 흘러 들어갔다는 점이다. 택지개발 이익 중 4072억원이 민간 이익으로 돌아갔고 그중 4040억원은 대장동 일당 소유의 화천대유·천화동인으로 유입됐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근본적 배경은 무엇인가.
 
김경율 대표(이하 김 대표)=대장동 사업 초기에 성남시의회 등에 의해 특정 소수에 대한 이익 배당 등에 관련 문제 제기 등이 단편적으로 제기된 바 있지만 모두 묵살됐다. 인허가는 지자체의 재량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경우가 많아 현행법 체계 내에서도 충분히 견제가 가능했다. 그럼에도 결국 자치단체의 전횡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김예림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감시가 이뤄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최근 지자체의 도시개발 사업의 상당수가 민간사업 형태로 이어지다 보니 관리와 감독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문제가 있다. 전문가 그룹을 통한 행정청의 객관적인 관리·감독 절차와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이호선 교수(이하 이 교수)=민간이 공용수용권을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2012년 도시개발사업법 11조 1항 11호에서 민간 주체도 출자를 통해 시행자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결국 대형 비리가 터졌다. 민간개발업자의 개발 참여로 인한 편익이 발생하는 경우 투자자본 대비 이익의 상한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도 있다.
 
임도빈 교수(이하 임 교수)=개발공사 등을 설립하는 이유는 공공성이 고도로 필요한 경우 사업을 맡기기 위해서다. 운영 경험이 많고 검증된 공사 등을 통해 개발사업을 진행을 할 수 있음에도 지자체에서 공사를 독자적으로 만들고 민간개발업자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했음에도 견제 장치가 없었다는 것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지자체의 경우 인허가에서 광역자치단체와 맞먹는 무소불위적 권한을 갖고 있지만 정작 이를 견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의견과 해결책은.
 
김 대표=지방의회 등 지자체에 대한 견제·감시가 가능한 기구의 권한을 강화하고 향후 정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감시와 견제가 진행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특히 추가 입법 이전에 기존에 있는 관리·견제 장치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실질적인 비리 재발 방지가 가능하다.
 
김 변호사=지방의 경우 공무원의 보직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고 인허가에 대한 허가 자체가 쉽지 않아 유착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공공성이 큰 사업의 경우 재량권 부여를 위한 세부 준칙과 지침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 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합의체와 이를 위한 절차 등도 입법화해야 한다.
 
이 교수=지자체장이 막대한 인허가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량권 남용의 문제는 있어도 ‘불법은 아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장동의 경우 ‘성남의뜰’ 등 특수목적법인(SPC)은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실상 공적인 기관으로서 기능을 다 갖고 있으면서 정부의 감시·감독에서는 벗어나 있다. 이에 대한 보완과 함께 ‘주민 감사’ 제도 등을 도입해 지자체에 대한 감사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임 교수=기초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은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공공개발 사업 등에서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재량권에 대해 구체적으로 업무분장을 검토하는 동시에 광역단체와의 정보 교환, 데이터 전산 구축, 전문 교육 실시 등을 통해 공무원의 정책 판단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 지자체 인허가 과정에서 목격됐던 부동산 디벨로퍼 등 개발업자들의 비리와 유착이 재현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위한 해결 방법은.
 
김 대표=민간개발 시 개발업자들의 유착 등을 방지하고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제3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별도로 특별 형태의 에스크로 제도 등을 법제로 마련하고 이를 실무에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 변호사=자금 유입이 안되면 관청에서 협력 자체를 안 하거나 사업을 지연시키는 사례가 많아 불가피하게 디벨로퍼가 필요한 경우는 있다. 다만 지자체와 지나치게 유착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따라오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심각한 위법과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의 수위를 높이고 디벨로퍼들에 대한 감독 주체를 명확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외국의 사례처럼 디벨로퍼 업자들에 대한 일괄 등록제 등을 진행하고 개발업자들의 개발 행위와 로비 행위를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주민 감시가 가능한 해외의 관련 제도를 연구·도입해야 한다.
 
임 교수=결국 디벨로퍼를 통한 개발사업에 대한 정보 공개 등으로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최근에는 법률적 감시 체제가 많이 작동되고 있지만 아직 기초자치단체 개발사업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다. 디벨로퍼와 관련해 개발 원가와 개발 내역, 계획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보 공개와 전산화 등을 통해 투명화하고 지방의회 등이 이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권한이 방대하다는 지적과 민간개발업자들에 대한 수익 배분과 관련해 현재 ‘대장동 방지법’ 등의 다양한 규제도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김 대표=규제는 필요하되 지자체의 시행 사업 일반에 대해 규제를 가해버리면 일부 자치단체 입장에서 가혹한 측면은 있다. 지역과 자치단체마다 사정이 다르고 개발 이익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점에 대한 정책적 안배가 필요하며, 현행 제도를 잘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모색해야 한다.
 
김 변호사=행정청의 재량 범위가 넓어 로비 없이는 인허가 자체가 어렵다. 지자체에서도 인허가 용역에서 텃세 등으로 인허가 자체를 안 내주는 경우가 실무상으로 너무 많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행정청에 재량을 부여하되 이를 세부 조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 교수=이례적인 인허가가 문제라는 점에서 방지법 등의 규제와 별도로 민간을 개발사업 주체로 인정한 법률 조항에 대한 개정과 함께 민간개발업자의 수익 분배 자체를 제한하는 규제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임 교수=인가와 허가라는 것은 특정인에게 개발에 대한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특별한 결정이다. 조달청과 공공사업을 통한 사업과 달리 기초자치단체 주체로 재량권을 통해 인허가를 진행하는 것은 자유 경쟁 측면에서 시장 참여자를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 고려한 재발 방지책과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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