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용 호황기가 막을 내리고 대규모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사라진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고용 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이 고용 규모를 줄이면 기댈 수 있는 건 재정 지원 일자리뿐이다. 그동안 공공형 노인 일자리 축소 방침을 고수해왔던 정부로선 입장을 바꿔 재정 일자리를 대폭 늘려 고용시장 위축에 맞설 수밖에 없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 전년比 90% 급감
올해 고용 전망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일자리 수요도 함께 늘었다. 비대면·디지털 전환 수요가 증가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야말로 '고용 훈풍'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취업자 수가 8만4000명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둔화와 기저효과 등 고용 여건이 취업자를 10만2000명 늘리지만, 핵심 노동인구(30~59세) 감소 등 인구 변화가 증가 폭을 1만8000명 줄여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9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해 증가 폭 예상치(79만1000명)에서 90%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KDI는 지난해 5월 경제전망 발표 당시, 취업자 수가 올해는 12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자 전망치를 낮춘 것이다.
한국은행과 한국노동연구원도 올해 취업자 수가 지난해보다 각각 9만명, 8만9000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비관적인 전망은 올해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기저효과까지 겹친 탓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최근 석 달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런 흐름이 계속돼 지난해 6.6% 늘었던 수출이 올해는 -4.5%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높은 원재료 가격,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물류 차질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어두워진 수출 전망은 고용시장에 악재다. 제조업 분야 고용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제조업 분야는 전체 취업자의 16%를 차지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일 가능성도 크다. 고금리 영향으로 스타트업이나 창업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민간 고용창출 한계, 기댈 덴 재정 일자리뿐
결국 기댈 수 있는 건 재정 지원 일자리다. 일자리는 민간에서 창출한다는 정부의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정부는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일자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일자리TF는 고용시장을 점검해 이번 달 중 '고용정책 기본 계획' 등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빈 일자리를 활용해 고용시장 한파를 상쇄할 계획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구인 활동에도 채용하지 못한 빈 일자리가 매월 20만개 이상 유지됐다.
통계상 취업자 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직접 일자리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직접 일자리=세금 낭비'라며 축소 방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올해 일자리 전망이 좋지 않자 직접 일자리 사업 예산을 늘렸다. 올해 관련 예산은 3조2244억원으로 지난해(3조2079억원)보다 많다.
정부는 올해 전체 직접 일자리(104만4000명)의 90% 규모인 94만명 가량을 상반기에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경기 둔화 등으로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고용 시장을 감안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