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세 거래가 140만건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보다는 월세를 감당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 임차인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확정일자를 받은 월세 계약은 139만8439건으로, 2021년의 97만7072건에 비해 43.1%나 증가했다. 거래 건수로는 42만여 건 많아졌다. 이는 2010년 해당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저금리 시기에 전세는 금융비용만 지급하면 되는 저렴한 주거방식이었지만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졌다. 부담해야 할 이자보다 오히려 월세가 저렴해진 것이다. 아울러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띠게 되면서 주거 수요가 임대차, 특히 월세 시장으로 몰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4분기 월세 거래 건수가 전세 거래를 앞지르기도 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지난해 1~11월 서울과 경기 지역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월세거래 비율은 48.9%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43.2%) 대비 5.6% 포인트 상승한 것이며 4분기에만 50.4%를 기록했다.
월셋값도 상승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월세 통합가격지수는 2019년 11월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상승했다. 지난해 1~10월엔 101.7에서 103으로 1.27% 올랐으며 같은 기간 월세 평균값은 74만원에서 75만2000원으로 1만2000원 상승했다. 민간 통계인 KB부동산 지수에 따르면 서울 월세지수는 지난해 1월 100에서 지난해 12월 105.5로 5.5%가량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월세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월세 통합가격지수는 전달에 비해 0.11% 빠지며 약 3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전월세전환율도 지난해 10월 기준 5.9%를 기록했는데 이는 최근 전세자금대출 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더라도 들어가는 비용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된 것이다.
권일 부동산 인포리서치 팀장은 “전세와 월세는 연동돼 있기 때문에 전셋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월셋값이 계속 오를 수 없다”며 “앞서 금리 부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했던 사람들이 최근 전셋값 하락을 틈타 다시 전세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제는 예측 가능한 범위 이내”라며 “내년 입주 물량도 꽤 예정돼 있어 임대차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전월세 가격이 동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