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증시 침체 속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는 나홀로 선두를 달렸다. 채권형·혼합형을 비롯해 월분배형·자산배분형 등 다양한 선택지가 나오면서 ETF는 또 다른 대체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인상 여파로 리스크가 적은 채권형 ETF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얘기가 나오면서 주식시장 반등과 함께 '테마형 ETF'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79조7180억원으로 지난해 말(73조9675억원)보다 7.77% 증가했다. 전체 상장 종목 수는 666종목으로 지난해(533종목)와 비교해 133개 증가했다. ETF의 순자산 총액은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80조원을 돌파, 지난 1일에는 82조700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의 시가 총액은 약 17% 감소하고, 글로벌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도 7.7% 감소했다. 이와 비교하면 국내 ETF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동학개미의 미국 시장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 ETF운용본부 이사는 "올해는 금리상승과 주식시장 침체로 채권형·금리형 ETF 상품이 재발견됐다"며 "계속되는 주식시장 침체로 S&P와 나스닥 등 미국 관련 ETF 상품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런 버핏과 같은 주식 전문가의 조언처럼 장기 투자 문화가 확실히 자리잡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내년 ETF 시장은 상반기에는 올해와 같은 채권형·금리형 ETF로 흘러가고, 하반기부터는 '테마형 ETF'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투자은행(IB)인 JP모건 등 국내외 투자업계에서는 내년에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금리를 최대 6.5% 수준까지 끌어올려 증시 붕괴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자산운용사도 상반기까지는 올해와 비슷하게 채권형 ETF 상품을 계속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이사는 "내년 ETF 시장은 '상저하고'로 흘러갈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계속되는 주식시장 침체로 투자자들의 금리형·채권형 ETF 선호가 여전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하반기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으로 반도체 등 각 기업별로 수혜주 찾기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이에 따른 테마형 ETF도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외 ETF 순자산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가운데 IBK투자증권은 28일 미국 12월 신규 상장 ETF가 32개로, 이러한 상장 속도가 이어지면 내년 1월 중 미국 전체 상장 ETF가 3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