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한 남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중년으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성산교회 오르막길에 노란색 다솔어린이집 유치원 차 뒷바퀴에 상자를 두었습니다.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현장으로 나가 확인해보니 A4용지 박스가 놓여 있었고, 그 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다.
박스에는 돈과 함께 편지가 함께 놓여져 있었다.
편지에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 내시고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까지 23년째, 총 24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 준 성금은 총 8억8473만3690원에 달한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 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져 불리게 된 이름으로,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에도 7600여만원을 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뜻에 따라 성금을 사랑의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인해 따뜻한 ‘천사의 도시’로 불려왔으며,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이 익명으로 후원하는 천사시민들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며 “얼굴 없는 천사와 천사시민들이 베푼 온정과 후원의 손길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