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 '술자리 의혹'으로 촉발된 '공직자 명예훼손' 이슈가 법조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법조계에서는 고위공무원이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으로 대응하면 언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은 지난 2일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튜브 매체 더탐사에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고위공무원의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전날 '권력과 언론 충돌 원인'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언론사 의혹 제기에 '사법부 존재감' 커선 안 돼"
토론회 참석자들은 고위공무원이 의혹 제기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으로 대응하면 언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액의 손해배상이나 형사소송을 제기해도 이를 제한하는 법령이 없어 남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류신환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민·형사 소송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말이다. 정부나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죄 대상이 될 수 없고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판례는 다만 공직자인 개인을 향한 악의적인 공격으로 평가될 경우만 예외적으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공직자 아닌, 개인 차원 소송...'직무관련성' 없어"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공직자'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하는 판례가 있지만,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기 때문이다.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CK)는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의혹 제기하면 그에 응당한 책임을 진다는 판례가 나와야 한다"며 "사법부가 국민 시각에 맞는 판례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의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설령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사실 확인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한 점이 확인되면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송 제기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고도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