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수의 절차탁마] 우리 안의 '홍익인간'을 깨우자

2022-12-14 06:00
  • 글자크기 설정

[이두수 건설노동자]

 
 
우리는 꿈을 가진 민족이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라는 이 꿈은 어쩌면 한번도 이루지 못한 꿈이지만 오랜 역사를 거쳐오면서 국난을 당할 때마다 우리 선조들이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위대한 이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자기 나라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서 그 나라 사람들은 인류가 평화롭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사람이 곧 하늘’이라며 세계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게 얼마나 허황되고 엉뚱한가.

그러나 이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며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DNA 같은 이상이다. 이 꿈은 민족의 첫 나라 건국이념이며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거쳐 일본에 의해 나라가 합병되는 치욕의 순간에도 이 꿈은 잃지 않았으며 그래서 독립운동의 중심 사상이 되었고 해방이 되어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건립될 때에도 홍익인간 사상은 건국과 교육이념이 되었다.

이제 이 꿈이 실현될 때가 다가온 듯하다. 아직도 국내에는 진영간의 치졸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어 우리 안에 거인이 살아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원대한 꿈과 끼를 발휘하지 못하게 옥죄고 있는 환경이지만 해외에서 뛰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성과와 우리를 바라보는 해외반응을 보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안으로서 홍익인간 정신이 새로운 국제질서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자유, 책임, 경쟁, 기회균등, 노력에 따르는 보상 등으로 이해하고 있는 아메리칸 드림의 내용이 1990년대부터 신자유주의의 광풍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후퇴 때문에 미국적 꿈의 핵심이었던 계층이동이 유럽보다 더 힘들어졌다는 평가로 신자유주의 경제를 이끌었던 워싱턴 컨센서스의 실패와, 과거 ‘실크로드’를 따라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하고 있는 중국이 국가의 강력한 통제로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베이징 컨센서스도 오히려 저개발국가에겐 독재 강화와 부채만 떠안기며 그 효력을 다함으로써 세계는 이제 패권다툼이 아닌 공생 공영의 새로운 이념을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식민지에서 벗어나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성장국에게는 모델이 될 서울 컨센서스가 나타나길 꿈꿔본다.   

지난주 나는 글로벌 평화축제를 위해 필리핀에 다녀왔다. 필리핀은 한국전쟁 참전국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파병했고 그 규모도 참전국 중 셋째로 많은 인원을 파병해 우리나라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다. 장충제육관을 필리핀이 지어주었다는 소문이 들 정도로 한때는 우리나라가 본받고 싶은 아시아의 선진국이었다. 필리핀은 인도태평양을 잇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400년간의 스페인 식민지배와 100여년간 미국의 식민통치를 받은 쓰린 역사가 있지만 이 유산은 아시아와 유럽문화를 함께 가진 문화다양성의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피플파워로 21년간의 철권통치를 종식시킨 민주화의 전통을 가진 것도 우리와 유사하다. 이러한 역사 문화적 동질성 때문일까 필리핀에서 통일한국을 지지하고 평화세계를 함께 이루어 가자고 하는 코리안 드림에 필리핀 젊은이들은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화답했다. K-드라마나 K-팝(POP)에만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평화구축을 위한 대안으로서 코리안 드림이라는 또 하나의 한류 콘텐츠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꿈을 가진 사람, 꿈을 꾸는 사람,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청춘이다. 청춘은 나이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 꿈을 가진 사람은 불안하고 절망적일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며 고난의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2022년을 보내며 나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다. 홍익인간의 꿈을 나의 꿈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친구들에게 이 꿈을 나누어 함께 꿈을 꾸는 것이다. 내가 꾸는 이 꿈이 엉뚱한 꿈, 실현 불가능한 꿈, 또는 이상주의자의 꿈일 수 있다. 이런 꿈은 이단이나 꾸는 꿈이라고 비하해도 괜찮다. 꿈꾸는 자만이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원래 꿈이라는 한자 夢이나 영어의 Dream은 헛것, 이룰 수 없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꿈을 꿈으로 간직하는 데는 의미가 없으며 꿈을 현실로 이루려고 노력할 때 가치가 있기에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는 몇 가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았다. 먼저 나는 호기심을 증대시키기 위해 여행과 탐구자로서의 자세를 가질 것이다. 뜻을 가진 학자들과 함께 대화하고 연구하며 탐구된 것들은 세계 젊은 청년들과 공유하며 그들을 차세대 리더로 키우며 코리안 드리머로 육성해 나갈 것이다. 드리머들은 한국을 넘어 코리안 드림 실현을 위한 한반도 주변국과 얼라이언스 체계를 만들어 코리안 드림 글로벌 교류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 지속가능개발(SDG)을 하고 기업가정신을 배양해 창업붐을 일으키며 더 많은 청년들이 꿈을 실현해 가도록 UN과 국제기구와 더불어 국제개발협력 리더를 양성해 내는 것이다.

나의 꿈을 찾는 학문적 여행은 두 갈래다. 북쪽으로는 고조선의 연맹체였던 유라시아 국가들을 여행하며 홍익인간 정신을 확인하려 한다. 마자르족(헝가리), 카자크족이 말갈이나 고죽국의 전통을 가지고 있고, 각 나라 옛 조상들이 입었던 전통의상이 고구려 벽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복장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며 기마민족의 전통을 확인하듯, 그 나라 전통의상을 입고 말을 타고 우리가 한 형제였음을 확인하는 마상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이다. 헝가리에서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 우즈벡, 타지키스탄, 몽골, 연해주, 그리고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코리안 드림 환고향 루트를 달려보는 것이다. 남쪽으로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일본, 미국을 한국으로 연결하는 해양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주변국가의 호응과 지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반도 주변의 이런 나라들의 학자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반도의 통일을 우선으로 하는 평화와 안보 체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나의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내 속에 숨어있는 능력과 자질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선 나는 독서에 힘쓰려 한다. 한우충동(汗牛充棟)이란 말이 있다. “책을 수레에 실으면 소가 땀을 흘리고 집에 쌓으면 대들보까지 닿는다'는 뜻이다. 장자가 친구에게 말했다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말도 있다. ‘지식인을 자처하려는 사람은 모름지기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말처럼, 나는 학문적 능력배양과 발전을 위해 1주일에 책 2권을 독서할 것이다. 이렇게 30년을 독서하다 보면 내가 읽은 책은 황소가 끌기에도 힘이 들 정도의 양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독서와 지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글쓰기에도 힘을 기울여 매주 칼럼을 하나씩 쓸 것이다. 여기서 괜찮게 쓴 것은 중앙일간지에 기고도 하겠다. 이렇게 쓰여진 글들은 연말이 되면 책 1권으로 나타날 것이다. 

글이나 말로 이치를 알아가는 것을 지식이라 한다면 몸으로 알아가는 것을 체험이라고 한다. 지식은 머리로 쌓아가는 것이라면 체험은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지식과 체험은 둘 다 중요하다. 체력은 나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다.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등 이러한 정신적 심리적 허약함은 체력이 버티지 못하고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병적 현상이다. 나는 체력단련을 위해 매일 아침 5킬로미터를 달릴 것이다. 이를 토대로 연 2번의 하프마라톤과 한 번의 풀마라톤을 뛰겠다. ‘코리안 드림 마라톤 대회’를 열어 더 많은 사람들과 체력이 행복이며 국력이며 평화세계를 만든다는 것을 공유하겠다. 또한 걷는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코리안 드림 워킹투게더 대회’를 열어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걷겠다. 걷는 것은 힘이 있다. 간디가 영국 식민지 하에서 소금세의 폐지를 요구하며 비폭력적 시민 불복종행진으로 벌였던 소금 사티야그라하 행진이나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흑인 참정권을 요구하며 민권 운동의 일환으로 걸었던 셀마 행진처럼 함께 걷는 것은 자유를 추구하는 인권운동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류의 진보는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라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주겠다.

나는 예술적 소양계발을 위해 매일 그림을 1점 그리겠다.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림은 더 많은 상상력을 표현할 좋은 수단이다. 아직 문자가 발명되기 전 원시사회에서 의사소통 수단이 그림이었듯이 그림은 많은 내면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코리안 드림 실현을 위한 나의 꿈 이야기는 더 많은 그림으로 표현되어야 하고 전시회를 열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될 것이다. 나는 악기 연주에도 도전할 것이다. 마음 다스리기에 악기 연주만 한 것이 없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공감을 이루는 데에 음악만 한 것이 없다. 어쭙잖은 실력이지만 나는 연주회를 열어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고 싶다. 길거리에 나가 버스킹 연주도 하고 싶다. 나는 영어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 전래동화를 영어로 번역해 아프리카 아시아 빈곤 아이들이게 선물하는 일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그동안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부탁해 번역 동아리를 만들어 진행해 왔지만, 남에게만 시킬 일이 아니라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번역활동으로 나의 영어실력은 더 고급지고 유창해질 것이다. 국제적인 활동을 하는 데 영어는 필수다. 이것이 나를 국제적인 스타로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함께 꿀 때 그것은 현실이 된다’ 이 말은 몽골 초원을 달리던, 나중에 ‘칭기즈 칸’이 된 테무진의 말이다. 당시 부족간의 씨움이 끊이지 않던 시절 부족간의 충돌을 피하고 통합으로 이끈 힘은 다름 아닌 그의 꿈 이야기였다. 새해를 맞이하며 묵은 해를 넘기는 연말 모임에는 각자의 꿈이야기가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너와 내가 꾸는 꿈이 우리 안에 숨어있는 거인을 꺼내는 그런 꿈이 되길 소원해 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산과 계곡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호랑이가 큰 소리로 울음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모닥불 사그러들면 광야에 부는 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깊은 시름에 잠못드는 아버지 별빛 가득 내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이두수 작가 제공]



 
필자 소개 - 이두수(54)는 5년 전부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노동 현장의 삶과 애환을 그림과 글씨로 표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건설 노동자로 일하기 전 시민단체인 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ADRF)에서 8년간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