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 계열사에서 사실상 지주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이 전영묵 대표이사 사장에 대해 연임을 확정해 안정에 방점을 찍는 인사를 단행했다. 전 대표는 취임 후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데 이어 내부에서도 신망이 높아 그간 연임에 무게가 실렸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각종 소송 및 제재 리스크도 내년엔 수그러들 것으로 보여 사업 확장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8일 삼성생명은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영묵 대표 연임을 확정했다. 회사 측은 "전 대표가 내년에도 회사를 이끌 예정이며 공식적인 임기는 내년 열릴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삼성생명에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전 대표는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삼성증권 CFO(최고재무책임자), 삼성자산운용 대표 등을 역임했다.
삼성생명의 내년 전망은 밝다는 평가다. 그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혔던 소송 및 제재 리스크가 내년엔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신사업 재개가 가능해진다. 삼성생명은 2015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을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입원비 지급을 거절했다. 이후 지난 2월 금융감독원에서 기관경고를 받았다. 이 때문에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당국의 기관경고가 확정되면 1년간 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모든 신사업 분야 진출이 금지된다. 내년에는 당국 징계 확정 결과서를 수령한 지 1년이 넘어 신사업 채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즉시연금보험 가입자들이 단체로 제기한 미지급 소송 리스크도 새 국면을 맞으며 충당금 부담이 다소 누그러진 상태다. 삼성생명은 최근 즉시연금 미지급 2심 소송에서 기존 1심 판결을 뒤집고 가입자들을 상대로 승소했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부담액은 4300억원으로 보험사 중 가장 많다. 2심 패소 시 사실상 미지급액 부담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다만 전 대표 연임 임기가 어느 정도 될지는 미지수다. 삼성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만 60세면 퇴임하는 '만 60세룰'을 대부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1964년생으로 내년에 만 59세가 된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생명 측은 내년 주총에서 이뤄질 대표 임기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이날 삼성생명은 자산운용부문 사장에 박종문 금융경쟁력제고TF장 부사장을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