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즉시연금보험(즉시연금) 미지급 2심 소송에서 기존 1심 판결을 뒤집고 가입자들을 상대로 승소했다. 그간 생명보험사와 가입자간 즉시연금 1심 소송에서 대형사들의 패소가 잇따랐는데, 항소심 판결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삼성생명이 2심서 승기를 잡으며 1조원대 연금차액 지급 향배가 안개 속으로 빠지게 됐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2-2부는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해 7월 해당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관련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위한 공제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고, 가입자에 그러한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삼성생명은 불복해 항소를 했다.
즉시연금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한꺼번에 내고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다음달부터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만기 때는 처음 냈던 보험료를 돌려준다. 생보사들은 만기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지급 연금에서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떼고 지급했는데, 약관에 이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가입자들은 약관에 해당 내용이 없었다며 지난 2017년 금융당국에 민원을 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덜 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지만, 생보사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이 진행됐다. 생보사들은 산출방법서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 소송전 1심 결과를 보면 지난해 7월까지 가입자 측이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을 상대로 승소했지만,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승소하며 엇갈린 결론이 나왔다. 삼성생명은 여러 건의 즉시연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올해 들어 미래에셋생명이 2심 소송에서도 패소하며, 생보업계 처음으로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1조원대 연금차액' 지급을 놓고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지난 2018년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에 약 1조원 가량이며, 삼성생명 부담액(4300억원)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생명의 지급액은 연간 순익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여서, 만약 연금차액 지급 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편, 피해를 주장한 가입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한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판결문 입수하는대로 원고들과 논의 후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