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본토가 연이어 공격을 받자 "핵무기는 방어·반격 수단"이라며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7일(현지시간) 방송으로 중계된 인권이사회 연례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수단이자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가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우선 평화적인 방법을 쓰겠지만, 소용이 없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와 동맹을 방어하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인권이사회가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요청하자 푸틴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가장 앞선 핵무기들을 갖고 있지만, 이들을 면도날처럼 휘두르고 싶진 않다. 우리는 그런 무기를 억지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미치지 않았다. 우리는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핵무기 언급을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서방의 비판을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5일과 6일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본토의 비행장을 공격하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비행장에 연료탱크에 불길이 치솟고 전투기 두 대가 일부 파괴됐으며 사상자도 나왔다.
특히 지난 5일 우크라이나가 공습한 비행장은 국경에서 멀리 떨어지고 수도 모스크바와도 가까워 러시아에 충격을 줬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드론 공습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러시아 본토까지 끌고 갈 역량과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개전 이후 러시아 본토를 향한 가장 대담한 공격”이라고 전했다.
푸틴의 핵무기 사용 시사 발언에 미국 국무부는 "핵무기와 관련해서 절제되지 않은 발언(loose talk)은 절대적으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냉전 이후에 전 세계 여러 국가가 '핵전쟁은 있어서는 안 되며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과 인도, 러시아도 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핵 전쟁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경고에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일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공개된 독일 언론 푼케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사회가 레드라인을 강조하자 이에 대한 반응으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위협을 중단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