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의 與당탕탕] '내가 낸데'로 분열하는 국민의힘…고심 깊어지는 주호영

2022-12-03 08:00
  • 글자크기 설정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권성동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 포항 구룡포 과메기 홍보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가 낸데.' '내가 나인데'라는 말의 경상도 사투리다. 보통 우쭐거림이나 거만함을 보이는 사람을 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호영 원내대표를 향해 "의원들이 부글부글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가자, 모 초선의원은 기자에게 "우리 당은 '내가 낸데'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단합이 안 된다"며 우스갯소리로 푸념을 했다.

국회는 2일로 예정된 2023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부터, 내년도 예산안 처리까지 산적한 과제를 앞두고 국회는 또다시 국민과 약속을 어겼다. 급격히 추워진 날씨처럼 정국도 얼어붙기만 하는데, 더불어민주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키를 쥔 주 원내대표의 상황은 더 얼어붙고 있다.

"저쪽(민주당)은 안 좋은 방향으로 '단일대오'해서 문제고, 우리는 의원들이 안 뭉쳐서 문제지." 국민의힘의 또 다른 초선의원 말이다. 단일대오해서 주 원내대표에게 협상력을 몰아줘도 모자랄 판에, 의원 개개인이 본인의 의견을 너무 내세운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친윤계(친 윤석열계) 의원들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세 결집에 나서는 상황이다. 의원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은 오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첫 모임을 갖고 공식 출범한다. 국민의힘 의원 65명이 참여하고 이철규 의원이 간사를 맡는다. 김정재 의원이 총무, 박수영 의원이 기획, 유상범 의원이 공보를 맡는다. 간사단이 모두 친윤계 의원인 이 모임을 시작으로 친윤계는 본격적인 차기 당권 판 짜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주 원내대표와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회동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한 지 닷새 만에 주 원내대표를 다시 관저로 초청한 것을 두고 원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시그널'을 친윤계 의원들에게 보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우쭐거림은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의원들의 '내가 낸데'는 어쩌면 의정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정국이 꽁꽁 얼어붙은 '비상 상황'이다. 막무가내로 이 장관 해임안을 밀어붙이는 거대 야당을 막아내야 하는 최전선에는 원내사령탑인 주 원내대표가 있다. '내가 낸데'를 잠시 멈추고 '단일대오'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책임이 있는 여당의 모습일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