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일 항우연으로부터 2860억원 규모의 ‘한국형발사체(누리호) 고도화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된 뒤 본계약 체결까지 끝마치면서 내년부터 2027년까지 항우연과 함께 누리호 제작과 4회 추가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누리호 고도화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687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정부 사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우연과 민간기업 주도로 누리호를 발사해 우주수송 역량을 확보는 물론 민간 체계종합 기업을 육성·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항우연이 보유한 누리호 체계종합 기술 및 발사운용 노하우를 순차적으로 전수받는다.
우선 2027년까지 총 4차례 걸쳐 누리호를 발사하면서 우주기술 검증, 지상 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향후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으로 민간 인공위성, 우주선, 각종 물자를 우주로 보내는 우주 수송 사업의 상업화도 추진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그룹의 우주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허브’를 출범하며 우주탐사 및 자원확보까지 나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0년 한화시스템은 영국 위성 통신안테나 기업 페이저(현 한화페이저)를 인수했으며, 지난해는 미국 위성 통신안테나 기업 카이메타 지분투자부터 세계 최초의 우주인터넷 기업인 원웹의 지분(약 9%)을 확보하는 등 우주 통신서비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와 합병에 나섰고 내년 3월에는 한화방산(구 ㈜한화 방산부문)까지 합병하면서 발사체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위성제작→발사수송→위성서비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구축과 우주탐사 기술까지 확보해 국내 최초의 ‘우주산업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우리나라는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발사체 개발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우주기술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다. 국내 우주산업 규모는 2019년 기준 세계 시장의 1% 미만, 항우연의 연구인력도 미국 항공우주국 (NASA) 대비 5%, 우주개발 예산은 미국 대비 1%에 그치고 있다.
미국은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기업인 스페이스X는 창업 이후 10년간 벌어들인 약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중 절반 이상을 나사(NASA)의 사업 수주로 확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요국들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투자, 기업의 기술 확보, 대학의 원천기술 연구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한국형 패스트팔로우 전략’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를 통해 민간이 우주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스페이스 2.0’ 시대로 도약할 것이라는 청사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누리호 추가 발사는 여전히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도전적인 사업”이라며 “그러나 항우연의 축적된 역량과 국내 300여개 업체의 기술, 한화의 우주 사업에 대한 열정으로 추가 발사에 성공해 대한민국의 우주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