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인 ‘데조’(Dezso)와 셀프 카메라를 찍었을 때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눈을 나란히 두었고 그 모습은 마치 우리가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죠. 그렇게 같은 콘셉트를 가지고 다양한 동물들과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한국-헝가리 수교 33주년을 기념해 국내 최초로 헝가리 출신의 작가 플로라 보르시의 특별기획전 ‘ANIMEYED(애니마이드)’를 오는 30일부터 개최한다.
작가는 특수 분장을 한 자신의 모습을 직접 카메라에 담는 셀프포트레이트(Self-Portrait) 사진가이자 비주얼아티스트다.
2014 어도비 포토샵 프로그램 표지 작가, 2016 아메리칸 아트 어워드 1위 금메달, 2019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CI 제작, 2020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 30인 아티스트 선정, 2021 전 세계 여성 사진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핫셀블라드 히로인’ 선정, 제 13회 피렌체 비엔날레 오픈 콜 국제대회 1위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 부다페스트에 있는 보르시 작가는 29일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동물을 관찰할수록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며 “인간과 동물은 비슷한 점이 많으며 다채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본인 신체와 동물 신체의 특징을 결합한 사진자화상 ‘Animeyed’ 연작 35점과 NFT 12점 등 총 47점의 작품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전시 제목 ‘Animeyed’는 작가가 직접 지은 것으로 동물을 뜻하는 ‘animal’과 눈 ‘eye’의 합성어다.
나비, 곤충, 문어, 고양이, 플라밍고 등 다양한 동물들과 하나된 작가는 다채로운 감정과 감각을 전한다. 동물과 인간이 각각 말을 건내는 것 같은 느낌도 갖게 된다. 작가는 인터넷에 있는 동물 사진을 써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있다. 15세 때 암 진단을 받았던 보르시 작가는 이후 자신의 얼굴을 작품에 담는 작업을 해왔다.
보르시 작가는 기획, 감독, 배우, 시나리오, 편집, 전문 스태프 등 작업과정에 필요한 모든 역할을 직접 맡아서 수개월에 걸쳐 혼자서 철저히 작품을 만든다. NFT 작품도 작가 본인이 직접 제작한다.
29세인 보르시 작가는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에 친숙한 세대로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사용한다. 그는 11세 생일에 웹디자이너였던 친척에게 포토샵 프로그램을 선물 받고 주변의 도움 없이 포토샵 기능과 활용법을 독학으로 배우며 현실과 가상 세계를 정교하게 합성하는 디지털 기술 역량을 쌓았다.
NFT는 사진 속 나비를 날게 했고 동물을 움직이게 했다. 보르시 작가는 “움직이는 사진인 시네마 그래프를 원래 좋아했다”라며 “대중의 관심이 적어 슬슬 포기하고 있었는데, NFT를 통해 다시 만들 수 있게 됐다. 나의 예술이 완성된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Animeyed’ 전에 동물 고문, 동물 실험 등을 담은 사진 작업을 했던 보르시 작가는 “작품 제목은 ‘우리는 똑같이 피를 흘린다’였다”라며 “동물과 환경 보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지난 27년간 한 전시 중 가장 젊은 작가의 전시다”라며 “헝가리 문화원에서 작가 5명을 추천해줬는데, 보르시 작가가 가장 새롭고 놀라웠다”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메드비지 이스트반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 원장은 “보르시 작가가 한국에서 전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1년 전부터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2023년 2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