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기습 미사일 공습을 퍼붓자 우크라이나는 전기마저 끊기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러시아의 잔혹 행위에 유럽연합(EU) 의회는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지만 실질적 압박은 어려워 보인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70발을 발사해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전기와 수도 공급 중단을 유발했다.
미사일 공습으로 6명이 숨지고 최소 3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70발의 미사일 대부분은 러시아 전투기에서 발사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중 51발을 격추시켰다.
특히 이번 공습 타격 대상에 빌니얀스크 지역 산부인과 병원도 있어 러시아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빌니얀스크 병원 산부인과 병동이 미사일 폭격을 받았다. 유아 1명이 1명이 숨지고 여성 1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아직도 잔해 밑에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번 대규모 미사일 공급을 두고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국민 여론에 혼란을 가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이번 공습을 "역대 최대 규모 공습 중 하나"라고 전하며 "겨울 추위가 시작될 때 전력과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이라고 봤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러시아는 분명 겨울을 무기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 발생 우려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스 헨리 클루게 유럽지역 국장은 21일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간단히 말해 이번 겨울은 생존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면서 "수백만명의 우크라이나인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대부분 지역에선 이미 영하의 날씨가 발생했다. 클루게 국장은 이번 겨울 200만명에서 300만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온기와 안전'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신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날 유럽연합(EU) 의회는 러시아가 병원, 학교 등 민간 시설을 공격해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러시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유럽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상대로 고의적인 공격과 잔학행위를 벌이고, 민간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기타 심각한 인권침해와 국제 인권법 위반을 자행하는 것은 테러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현재 법안은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상징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EU 의회의 테러지원국 지정에 즉각 반발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에 "유럽의회를 무지의 후원자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