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을 만나 대만 인근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북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대만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비판하는 동시에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한 책임까지 강조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이날 캄보디아에서 열린 제9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웨이 부장을 만나 회담을 가졌다. 미중 국방장관 회담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처음이다. 회담 종료 후 오스틴 장관은 미중 양측이 통신망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군용기의 '위험한 행동'에 대해 경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발생했다. 미국은 대만 해역 상공에서 F-16 전투기와 해군 F/A-18E 전투기 등 100대 가량을 출동시켰고 중국은 중국군의 수호이(Su)-35 전투기와 훙(H)-6K 폭격기 등 300여 대 등을 내세워 대응했다. 중국은 3배 많은 군용기를 출격시켜 자존심을 세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웨이 부장은 대만 문제와 관련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고, 중미 관계의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한 뒤 "대만은 중국의 대만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의 일이며 어떠한 외부 세력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담에서 중국의 북한 제재 동참도 요구됐다. 오스틴 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표명한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연일 계속되는 도발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오스틴 장관의 요구와 달리 중국은 북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은 북한의 ICBM 발사는 미국 탓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장쥔 대사는 미국이 솔선수범해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을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위해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제재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장쥔 중국대사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북한에 대한 기존 유엔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제9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과 미국 등 아·태지역 주요 8개국 국방장관이 참가하는 역내 대표 다자안보협의체다. 이번 회의는 '조화로운 안보를 위한 연대'라는 주제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