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새로운 출발, 새로운 기회, 새로운 발전: 양국 관계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를 주제로 제14차 한중고위언론인포럼이 열렸다. 21세기한중교류협회, 중국 외문출판발행 사업국(외문국)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중국 국무원신문판공실이 후원한 이번 포럼은 2009년부터 매년 한국과 중국에서 번갈아 개최됐다. 올해는 중국 현지와 화상 연결, 온라인 생중계 등 형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최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협력에 물꼬를 트며 양국 정상이 새로운 한·중 관계에 대한 발전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이번 포럼이 갖는 의미도 컸다.
◆"한·중, 신뢰와 협력을 쌓아가는 성숙한 관계로 나아가야"
쑨예리 선전부 부부장과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의 기조 연설로 이날 포럼의 포문을 열었다. 전병극 차관은 영상을 통해 "이제 한·중 관계는 '이립(而立)'의 시기를 맞이했다"면서 "그간 연륜과 지혜를 토대로 신뢰와 협력을 쌓아가는 성숙한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한규 21세기한중교류협회 회장과 두잔위안 외문국 국장은 각각 한국과 중국 측을 대표해 축사를 했다. 김한규 회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향후 30년을 향한 양국 국익을 위해 중요한 건설적인 정책 대안이 나오길 바란다"며 "양국 언론의 역할을 통해 한·중 관계의 모든 분야에서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중 양국 대사는 이날 각각 특별연설을 통해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언론이 사명감을 갖고 초심을 지키며 대세에 따라 객관적으로 보도해 더욱 성숙하고 안정적이며 건강하고 굳건한 한·중 관계를 만드는 데 적극 기여해 달라고 전했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도 "앞으로 한·중 관계가 보다 성숙하고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양국 간 상호 존중과 함께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우호 정서를 더욱 증진해 나가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양국 언론이 긴밀한 소통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중 양국이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혼돈의 시대, 한·중 경제협력의 길' '한·중 양국의 우호관계 협력을 위한 언론의 역할' 등 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섹션별로 한국 측과 중국 측 연사들이 번갈아 발언했다.
첫 번째 세션은 위즈룽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부원장의 주제 발표로 시작됐다. 위 부원장은 "한·중 양국은 경제 무역 실무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다자주의와 경제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한·중 양국이 과학기술 산업은 물론 디지털경제, 환경 보호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오핑 중국무역촉진회 연구원 부원장도 이날 한·중 양국이 특히 신흥 산업 분야에서 협력할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앞으로 협력이 기대된다고 했다.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한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한국과 중국 경제 관계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중국의 기술과 산업 수준이 높아졌고,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 낮아지면서 양국의 상호 무역구조가 수평적·경쟁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경제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큰 요소는 미·중 대립이라면서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혼란 속에서도 한·중은 양국 경제가 처한 상황과 위험 요소들을 냉철히 살피고 상호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간 패권 경쟁 속에서도 한국과 중국은 상호 존중 정신으로 더욱 성숙하고 건전한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양국은 정치와 안보 이슈가 경제 협력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ˑ중 경제 협력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오종석 아주경제 사장은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의 아주경제 기고문을 인용해 "가치사슬과 개방형 공급망 혁신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며 "양국 경제 협력 관계가 단순한 공급사슬이 아니라 가치사슬 측면에서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사슬은 어떻게 공급원가를 절감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협력 방식이지만 가치사슬은 어떻게 유효한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 사장은 이어 "상호 교역과 투자에 대한 협력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자유무역협정(FT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통상 협력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더 넓은 시장에서 협력하는 기회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한·중 양국 간 우호 관계 협력을 위한 언론의 역할 중요성도 언급됐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와 궈린 광명일보 국제부 주임이 양국 국민 간에 우의를 다지는 데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김진호 교수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과 중국 언론은 우선 서로에 대한 이해와 객관적 분석을 할 수 있는 교류가 먼저 이뤄져야만 양국 관계가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양국 관계 개선은 언론을 통한 간접 체험과 함께 긍정적인 직접적 체험, 그들의 정신과 물질적 이익이 동반되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궈린 주임도 양국 문화 교류 촉진을 위한 언론의 노력을 소개하며 인문 교류와 문화 교류를 촉진해 양국 국민 간 우의를 다지는 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이날 행사에는 이하경 한중고위언론인포럼 위원장 겸 중앙일보 대기자, 남상석 SBS 보도본부장, 추승호 연합뉴스TV 보도본부장,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페이광쟝 인민일보 국제부 부주임, 멍위훙 환구시보 부편집장, 첸쉐후이 경제일보 국제부 주임 등 한·중 언론계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