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영의 재팬플래시] 동병상련? 지지율 하락 늪에 빠진 尹ㆍ기시다

2022-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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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영 前뉴시스 도쿄특파원·日와세다대 국제관계학 박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지지율 내림세가 멈추지 않는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지지율이 이달 들어 30%대를 기록하며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정권 유지의 위험수역으로 간주하는 20%대로 떨어졌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2~13일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37%라고 보도했다. 공영방송 NHK는 지난 11~13일 조사에서 전달보다 5%포인트 떨어진 33%로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지(時事)통신 조사 결과는 심각하다. 이 통신사의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7.7%를 기록했다.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3.5%였다.

지난해 10월 출범해 이제 막 집권 1년을 넘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추이에는 기시다 내각의 태생적 한계와 일본 국민의 기대치가 그대로 교차 반영되고 있다. 1년 전 기시다 내각 출범 당시 지지율은 50% 선에 그쳤다. 내각 출범 당시 지지율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2020년 9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이 출범할 당시 지지율은 74%에 달했다(요미우리신문). 1년 후 그 지지율이 30% 이하로 추락하면서 결국 스가 총리는 당 총재 선거 출마까지 포기해야 했지만 내각 출범 초기에는 높은 지지율을 누리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 국민이 기시다 내각의 출범을 냉정하게 평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신선미 결핍이었다. 아베 추종자들이 요직을 차지한 기시다 내각을 놓고 ‘아베의 제4기 내각(두 차례 아베 집권과 스가 내각에 이은)’이라는 혹평도 나왔다. 아베의 장기 집권에 따른 피로감과 스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에 따른 국민의 불만이 기시다 내각에 그대로 이월된 것이다.

일본 내각은 출범 2개월 후에 첫 고비를 맞는다. 출범 프리미엄은 사라지고 국민의 냉정한 평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대개 지지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기시다 내각은 출범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한 대신 ‘취임 2개월의 벽’을 무난히 넘어섰다. 50% 선에서 출발한 지지율은 2개월 만에 60%를 훌쩍 넘은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65%, 요미우리 62%를 기록했다. 지지율 상승을 이끈 것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적 평가였다. 2000년 이후 집권한 총리 9명 중 취임 2개월 후 내각 지지율이 오른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와 2차 집권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뿐이었는데 여기에 기시다도 끼이게 된 것이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 추락은 아베의 죽음과 함께 시작됐다. 아베 암살 사건이 처음엔 국민적 동정심을 유발해 참의원 선거의 압승 요인으로도 작용했지만 곧바로 악재로 변하고 말았다. 아베 암살범의 범행 동기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한 원한으로 드러나면서 자민당과 가정연합 간 내밀한 관계가 대형 스캔들로 비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시다가 아베의 장례를 국장으로 결정한 데 대해서도 여론은 싸늘했다. 기시다로서는 아베의 죽음을 최대한 예우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일 뿐 아니라 지지층 결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겠지만 국민 여론은 ‘국장은 과하다’는 것이었다. 아베의 국장 발표 직후인 7월 30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국장 반대는 53.3%, 찬성은 45.1%로 나타났다.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내각이 국장을 강행하자 인터넷 포털에서는 “빨간불도 다 같이 건너면 무섭지 않다는 식으로는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베스트 댓글로 꼽히기도 했다.

가정연합 관련 의혹으로 여론이 들끓자 기시다는 지난 9월 각료 19명 중 14명을 바꾸는 대폭 개각을 단행했지만 여론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뒤늦게 일본 정부는 지난 10월 가정연합 조사 절차에 착수했고 가정연합과 접점이 확인된 야마기와 다이시로(山際大志郞) 경제재생담당상은 사퇴했다. 기시다는 종교법인 자격 박탈과 해산을 염두에 두고 문부과학성에 가정연합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또 가정연합 합동결혼식으로 결혼해서 한국에 사는 일본인 중 본인 의사에 반해 귀국을 못하는 사람에게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기시다의 지지율 내림세는 이어졌고 40% 선을 지나 이제 30% 선도 위험해진 것이다.

기시다의 지지율 하락에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복합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다양한 현안들에 대처하는 내각의 능력이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본의 정치평론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내각의 팀워크와 결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목숨 걸고 정권을 지키려는 측근이 없다는 지적이 공공연히 언론에 나오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불거진 하나시 야스히로(葉梨康弘) 법무상의 실언 문제도 기시다 내각의 느슨하고 흐트러진 기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만하다. 하나시 법무상은 지난 9일 한 모임에서 “(법무상은) 아침에 사형(집행) 도장을 찍으면 낮 뉴스에나 톱이 되는 그런 일밖에 없는 밋밋한 자리”라고 했다. 본인 직책을 가볍게 생각하는 뉘앙스였다. 게다가 그는 “법무상이 돼도 돈이 모이지 않고 좀처럼 표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까지 보탰다. 중의원 6선 의원으로 기시다 파벌에 속하는 하나시는 지난 8월 처음 입각했으며 그가 법무상이 된 이후 사형이 집행된 일도 없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기시다는 그를 지키려 했다. 그러다 결국 여론과 정치권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1일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출국을 하루 미루어 가면서 그의 사퇴를 결정했다.

정가에서는 아베 전 총리였다면 곧바로 그를 물러나게 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기시다가 돌발 문제에 대처하는 기민함과 과단성이 떨어지고 이를 보완해줄 만한 측근도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베 내각에서는 정권과 아베를 위해 모든 걸 던지겠다는 각오로 무장된 각료들로 충만했지만 기시다 내각에서는 그런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베 내각에서는 특히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전 총리가 유명했다. 스가는 2012년 12월 관방장관 취임 후 5년 동안 한 번도 요코하마 자택에 머문 적 없이 의원 숙소에서 지냈다. 일본 관방장관은 정부 대변인 역할뿐 아니라 각 부처 간 조정 역할까지 맡아 내각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아댈 때는 스가 관방장관이 비서관보다 먼저 총리 관저로 달려가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아베 총리가 스캔들로 시달릴 때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모릅니다” “질문을 짧게 하세요” 등으로 맞서면서 ‘아베 수비’에 전력투구해 ‘불통 스가’라는 악평을 얻기도 했지만 충성심 하나만은 유감없이 과시했다. 결국 스가는 관방장관 재임 기간 역대 1위에 오른 뒤 아베 뒤를 이어 총리까지 역임했다. 이런 스가 같은 각료가 기시다 내각에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기시다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데에는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 요인들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 문제가 그렇다. 엔화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뛰고 있지만,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기도 어렵다. 아베 시절 아베노믹스 추진을 위한 통화 팽창 정책으로 정부 부채가 많이 늘어난 탓에 금리를 올리면 국채 이자를 감당하기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도 올라야겠지만 기업들 사정도 만만치 않다.

기시다 총리는 작년 10월 취임 후 첫 시정 연설에서 ‘분배’를 12번 언급했지만 1년 후인 지난 10월 국회 연설에서는 ‘분배’가 사라졌다. ‘기시다노믹스’의 ‘새로운 자본주의’에서 내세웠던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도 ‘임금 인상의 선순환’으로 바뀌었다. 임금 인상률이 높은 고급 기술 인재를 끌어들여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새로운 임금 인상을 낳는 선순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판 소득 주도 성장론’을 포기하고 민간 주도 성장을 재촉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시다로서는 자신의 기본 정책까지 바꿔가면서까지 나름 애를 써보고 있지만 지지율을 반등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시다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기시다 총리 자신도 전임 스가 총리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민당 내에서는 법무상 경질 이후 ’포스트 기시다‘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고노 다로(河野太郞) 디지털상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 이름이 오르내린다고 한다. 기시다 정권 수립으로 힘이 꺾인 스가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전 자민당 간사장 측에서도 반격의 칼을 갈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기시다 내각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분간 주요 선거가 없는 데다 야당 지지율이 워낙 낮다는 점이다. 지지통신의 11월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은 22.8%를 기록했는데 주요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4.8%, 일본유신회는 2.8%, 공산당은 0.3%로 나타났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3.7%였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가 58.9%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러니 자민당 내에서도 본격적으로 기시다 교체 움직임이 일어나기보다는 당분간 기시다의 위기 대처 능력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하락과 그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노라면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윤석열 정부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정치 지도자의 지지율이 대내외 여건과 반드시 정비례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어진 조건이 우호적이라면 지지율 획득에도 유리하겠지만, 거꾸로 여러 악조건이 겹칠 때 지도자의 역량과 리더십이 더욱 돋보이고 국민 지지도 더욱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도자와 집권 세력의 국정 능력·열정·태도 등인 것은 한국과 일본이 다를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지지율 추이 (출처= 한국갤럽)]

 

[기시다 내각 지지율 추이 (출처=NHK)]



조윤영 필자 주요 이력

△이화여대 북한학 석사 △일본 와세다대 국제관계학 석·박사 △뉴시스 도쿄특파원 △<北朝鮮のリアル(북한의 현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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