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SAP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데이' 현장에서 만난 데이비드 발레호 SAP 수석부사장과 기업 경영 전략 관점의 SCP를 주제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SCM과 달리 SCP는 아직 생소한 용어인데,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넓게 보면 기업이 어떤 제품을 설계하고 제조하기까지, 제품의 수명주기와 이를 위한 공장 자동화 기술, 창고와 물류·수송 등을 관리하는 것은 모두 SCM의 영역이다. 하지만 여기에 묶인 모든 요소를 물리적으로 잘 관리하려면 계획을 하는 두뇌가 필요하다. 주어진 자원과 외부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제조 영역의 관리 의사결정과 어떻게 맞물리게 관리할 것인지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관리를 잘하기 위해 그 대상을 모두 포괄적으로 고려하고 예측하는 게 계획에 해당한다."
"SAP는 SCP에 포함되는 '예측 모델(predictable model)'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문제 상황을 선제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어떤 (에너지 가격이나 물류비 폭등과 같은) 공급망에 관련된 요소의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인공지능(AI)·머신러닝 기반으로 가격 추이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SAP는 다양한 글로벌 산업계 내부 데이터와 공개된 데이터에서 가져온 정보를 활용해 기업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좀 더 정확하게 예상하고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가 공정에 사용하는 페인트의 공급사가 일본 후쿠시마에 있었다. 후쿠시마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후 이 회사가 페인트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회사 페인트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문제를 모르고 있었다.
SAP와 협력한 기업들은 이런 원자재 소진 문제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원자재 수급을 위한 물류 배송 상황에 가시성을 확보했다. 원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만이 아니라 이 업체가 물건을 확보해 가져오기 위해 공급망에서 거치는 단계를 모두 감시하는 다단계 공급망(multi-tier supply chain)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우한이 폐쇄되자, 여기서 생산되는 원료를 쓰던 세계 최대 음료 제조사도 공급망 문제를 겪게 됐다. 이 회사도 자체 SCM만 가동하다가 공급사의 공급사, 그 공급사, 외부 물류 업체까지 모두 관리하는 다단계 공급망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들의 비즈니스 상황 데이터는 'SAP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모여 서로 연결되고 SAP 고객사에 정확한 예측 모델과 높은 가시성을 제공하는 데 쓰인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대미 수출 기업의 관세 리스크나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까진 예측할 수 없지 않나.
"경영 관점에서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환경문제가 생겼을 때 비즈니스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을 미리 찾아내고 대비할 수는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사고 발생 시 어느 부분이 가장 파손 위험이 클지 판단하기 위해 공장에서 충돌 테스트를 한다. 재난·재해나 국제 물류·수송, 제조 공정과 원료 확보 등의 차질이 언제 생길지는 알 수 없어도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SCP를 통해 취약점을 관리하는 우선적인 목표다.
규제·노조 이슈도 경영진이 대처하려면 그게 어떤 배경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빨리 파악해야 조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은 마찬가지고 SCP 도입은 이런 점에서 유용할 수 있다."
-SAP가 사업 기반을 구축형 솔루션에서 클라우드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SCP 사업은 이 비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많은 요소가 클라우드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향후 몇 년간 많은 구축형 솔루션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할 것이다. SAP가 제공하는 SCP 솔루션은 처음부터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된다. 구축형 솔루션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던 기업 고객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할 때 우리 솔루션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