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 학교를 대상으로 기록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청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聽人) 중심의 기록문화에서 벗어나 기록물을 시각적 언어로 보는 농인(聾人)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수어는 한국어와 함께 우리나라의 공용어로 인정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문화와 기록은 음성언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농인을 위한 기록관리를 통해 농정체성(Deaf Identity) 확립과 농문화(Deaf Culture) 형성의 가능성을 함께 찾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기록문화 프로그램 '소리, 보기, 우리'는 세 차례의 강의와 견학, 체험 등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시 및 견학 시설을 갖춘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경기도 성남시 수정구)과 학생과 교사들에게 익숙한 공간이자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는 소보사(서울특별시 강북구)에서 번갈아 가며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 12월 5일에는 국가기록원이 기록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알리기 위해 자체 제작한 기록동화인 '붓이의 시간 여행' 영상에 소보사 학생들의 수어를 삽입하고, 교사들에게는 소보사 기록물의 체계적 관리 방법을 국가기록원 기록관리전문가가 안내할 예정이다.
국가기록원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수업과 생활이 수어로 진행되는 배움과 일상을 어떻게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좋을지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향후에도 농인의 기록을 남기고 관리함으로써 농사회의 정체성과 문화를 후대까지 전승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이다.
김주희 소보사 대표는 “국가기록원과 소보사의 기록문화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청인 사회에 농문화를 알리고, 농사회에는 기록의 중요성과 관리 기법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이바지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재희 국가기록원 원장은 “기록관리를 통한 정체성 확립과 기록문화 형성을 청인과 농인뿐 아니라 다양한 이웃과 계층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기록문화 프로그램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