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으로 사업 철수를 선언한 푸르밀 사측이 31일 노동조합(노조)과의 교섭 끝에 매각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겠다는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태 해결에 한 발짝 다가갔다.
푸르밀 노사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본사에서 3시간여 걸쳐 2차 교섭을 진행,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교섭은 사측에서는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사장, 총무부장, 경영개선실장 등 3명, 노조 측에선 김성곤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도 배석했다.
이번 교섭 결과는 사측이 노조 측의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노조 측은 "지금이라도 공개 매각 절차 등을 거쳐 노동자들이 살수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줄곧 요구해 왔다.
이날 푸르밀은 인수 의향을 밝힌 업체와 논의 중에 있다는 사실을 노조 측에 알리고 상생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피력했다.
김 노조위원장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매각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논의했다. 사측에서 직원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노력해 보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체로 매각을 타진하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기업 간 논의 단계라기 보다 오너 차원에서 대화가 오가는 것 같다"면서 "3차 교섭 때 가급적이면 매각 기준안 등 정보를 공유해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사측이 매각 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노사 간 갈등이 빠른 시일 내 봉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노조위원장은 "사업 종료하기까지 한 달 남았다. 오는 30일까지 희생을 해서라도 매각으로 종결지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다"면서 "매각 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구조조정 비율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인수 업체와 최대한 조율을 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측은 오는 4일 오후 2시 3차 교섭을 열고 매각, 구조조정 비율 등 세부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노사는 이날 희망퇴직 시기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푸르밀은 오는 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날 노사간 합의에 따라 사업 종료 시점인 오는 30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기로 했다.
한편 푸르밀은 지난 17일 전 직원들에게 오는 30일자로 사업을 종료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정리 해고를 통지하는 메일을 발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