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웰에이징시대 객관적 노화평가지표 개발이 시급하다

2022-10-3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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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일반인들이 병원에 가서 간단한 검사를 통하여 실제 연대적 연령과 다른 생리적 연령을 통보 받으면서 일희일비한다. 그러나 연령평가 또는 노화평가는 아직도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할 만큼 완벽한 방법이 없다. 호사가 집단의 편법적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노화평가지표가 혼선을 빚는 이유는 노화의 원인불명과 현상 다양성 및 개인별 노화형(Ageotype) 때문에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지표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남가주대 핀치(Caleb Finch)박사는 사망률배가시간(mortality doubling time)이라는 지표를 제안하여 인간과 동물 집단의 노화속도 척도로 이용할 것을 제안하였을까.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망률배가시간이 사람의 경우 8년, 쥐는 3개월, 초파리는 열흘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골조사를 통하여 오늘날보다 사망률이 150배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시대 원시인의 사망률배가시간도 역시 8년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인류가 수명 30세시대 50세시대를 거쳐 현재는 수명 80세 시대를 맞고 있지만 수명 30세시대의 서른살인 사람과 수명 80세시대의 서른살인 사람의 노화패턴은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비록 수천년 동안 인간은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만큼 환경생태를 개선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자기 신체의 노화속도를 개선하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연금술사들이 불로장생 방법을 찾았다고 주장하여 왔지만 결국 모두 사기적 수법으로 폄하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생명공학의 발달은 회춘유도 가능성을 제시하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유수한 바이오기업들이 노화제어 방안을 개발하였다는 보도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들은 공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임의의 척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반신반의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장수시대 웰에이징을 위한 방안을 연구개발하기 위해서는 노화상태와 속도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가장 시급하다.
 
바람직한 노화지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노화현상을 세포수준에서부터 개체수준까지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단위세포에서 개체까지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노화과정을 전반적으로 모순되지 않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평가방법이 간단하여야 한다. 간단할수록 오류가 적으며, 오류가 적어야 비교분석이 명확해진다. 또한 비용이 낮아야 한다. 고가의 막대한 장비가 소요되는 방법이라면 보편화될 수 없다. 그리고 노화지표의 활용범위에는 질병위험도와 개인의 수명예측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인구고령화 시대에 들어서 노화지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는 인구 Dataset들이 대부분 연령80대까지를 대상으로 하여 왔기 때문에 수명 백세시대에 지금까지의 지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이다. 80대까지 연령증가에 따라 일정하게 증가되거나 감소되는 지표들이 90대 넘어서는 반대의 경향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 자료의 단순한 외삽적(extrapolation)인 해석은 큰 오류를 빚게 된다. 또한 노화지표 확정을 어렵게 하는 큰 요인인 노화의 다양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개체마다 다르며, 장기나 조직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합한 지표개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고전적 노화속도 측정방법에는 신체적 계측과 생리적 지표 및 혈액지표가 있다. 신체 계측지표는 신장, 체중, 허리둘레, 체질량지수, 근육량, 골밀도 등이며, 생리적 지표로는 운동부하 여부에 따른 심폐기능변화와 보행속도, 보폭, 균형도, 악력 등이 이용되고 있다. 노인의 경우에는 기능저하에 집중하여 노쇠지표, 생활독립 정도 평가를 위한 일상생활능력과 도구적 일상생활능력지표, 심리적 노화정도 측정을 위해 간이정신상태검사나 전반적 우울증평가를 활용하여 치매나 우울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들이 추가되고 있다. 반면 임상검사에서는 혈액을 활용하여 다른 질병들과 비교분석이 가능한 혈액적 패턴과 생화학적 지표 및 염증인자와 사이토카인 패턴, 노화연관분비형질 및 영양소, 대사물질과 내분비물질의 프로파일 등을 노화지표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들은 마치 이발하고 목욕하고 단장하면 젊어져 보이듯 생활패턴변화나 외부적 환경변화에 의해 변하는 일시적인 외형적 변화를 평가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신체의 고유한 본질적 노화상태를 평가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하여 최근 오믹스(omics)방법과 AI와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한 혁신적 노화지표들이 차례로 개발되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유전자시계라고 알려진 텔로미어 길이 변화나 유전자수선 기능척도와 염색체 상태와 같은 생명의 본체인 유전적 패턴에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서 유전전사체 전량조사에 의한 노화에 따른 유전체 네트워크 변화와 DNA의 CpG 부위의 메틸화로 일어나는 후생유전적 변화 및 혈장단백질체 패턴이 질환과 생리상태 및 연령에 따라 특정하게 변화됨이 밝혀지면서 보다 포괄적이고 본질적인 노화지표 개발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또한 영상처리기법의 발달은 얼굴 또는 피부 이미지를 활용하는 노화평가방법에 덧붙여서 영상이미지를 활용하여 생체의 경구조물인 골, 관절, 근육을 표적으로 AI와 딥러닝 방법을 통하여 노화를 예측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이와 같은 유전체를 직접 모니터링하고 신체의 경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이 추가 되면서 노화현상의 근원적이고 통합적인 네트워크가 차차 규명되어 보다 융합적이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노화지표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랫동안 적절한 노화지표의 결여는 노화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객관적인 노화지표 개발은 노화제어 또는 역노화유도 연구를 보다 빠르게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선행조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새로운 기법을 활용하여 개발되고 있는 포괄적인 네트워크적 노화지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뢰할 수 있는 노화평가지표의 등장은 노화와 건강장수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여 미래 초고령사회를 밝게 하는 데 강력한 동력을 제공하리라 믿는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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