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차이에 따라 '세대가 다르다'는 표현을 한다. 세대의 단위는 보통 25년 정도를 일컫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백세인들은 4대는 기본이고 5대 가족을 이루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본다. 19세기 말 출생한 백세인은 결혼 연령이 10대 중후반이어서 한 세대가 20년에 불과한 반면 21세기인 지금은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한 세대가 30년을 넘어 가고 있다. 비록 유전자는 부전자전으로 이어지지만 출생의 시대적 차이는 성장 과정에서 겪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변혁에 따라 생활패턴은 물론 판단 기준이나 사고방식도 모두 달라지게 한다. 따라서 세대별로 세상을 대하는 시대정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사회적 변화는 전후 일본의 단카이(團塊) 세대, 1가구 1자식 시대의 중국 주링허우(九零後) 세대와 같은 독특한 세대를 출현하게 하였다.
K-장수의 놀라운 성과는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메시지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여러 가지 역설적인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노인층의 급증은 노쇠 인구의 증가와 높은 자살률을 동반하여 의료적 처치와 돌봄 및 재정 부담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과 지역사회의 역할과 책임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회적·문화적 충격을 주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세대 대가족 구조의 전통사회에서는 노인 돌봄은 마땅히 가족이 해결하여야 할 사안이었지만 산업화에 따라 핵가족 사회로 전환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차차 부각되었고 이후 이혼과 미혼이 급증한 가족 해체 1인 가구로 이행하면서 사회복지적 대응체계의 핵심 의제로 등장하였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으로 대량 진입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노인의 치료와 돌봄에 대한 세대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재정 부담이 증대하여 고비용장수사회(高費用長壽社會)가 초래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고비용장수사회는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으며 결국은 좌초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은 시급하다. 그 해법으로는 다양한 방안이 있겠지만 우선 K-장수시대의 주역인 K-시니어의 역할에 대해서 새롭게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K-시니어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루어낸 당사자들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끝까지 잘 이어지도록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정신으로 책임도 질 수밖에 없다. 정치·경제·사회적 측면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문화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후속 세대가 온전하게 국가와 사회를 이어받도록 특단의 각오를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후속 세대가 우리 세대 때문에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저비용장수사회(低費用長壽社會)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K-시니어는 스스로 건강을 확실하게 지키며(自康),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처리하며(自立),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해(共生) 다짐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K-시니어는 가족문화를 살리고 지역사회를 되살리기 위해서 전통적 두레정신을 되살려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봉사와 헌신을 다하여 내일을 개척하는 프런티어(Frontier)가 되는 데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시니어프런티어정신(Senior Frontiership)이 바로 장수사회의 역설을 극복하는 해법이 아닐 수 없다. K-장수의 주역인 K-시니어가 시니어프런티어 운동의 선봉에 서서 전 세계에 임박한 초고령사회를 빛나고 멋진 행복한 사회로 이끄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K-장수를 이룬 K-시니어의 책임이며 건강장수를 이루는 최선의 방안이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