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대리운전 노동자 보상금 4260원을 돌려드립니다. 가져가십시오.”
대리운전 기사들이 ‘카카오 먹통사태’로 카카오 측이 제시한 보상금 4260원에 반발하며 현실성 있는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장 발언에 나선 이상국 한국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은 “꼬박 이틀 동안 일을 못 했는데 어떠한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4260원을 가상계좌로 입금해줬다”며 “대리운전 기사들은 이 터무니없는 돈을 카카오 측에 그대로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플랫폼 대기업을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규칙을 만들어 그 규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자는 것”이라며 “플랫폼 노동자들이 600만명인 시대다. 국회와 정부가 나서 이들과 함께 사는 사회, 새로운 경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리운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피해를 본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총 4260원을 보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4260원은 대리운전 기사가 카카오톡에 유료 서비스로 월 2만2000원을 지불하는 멤버십 이용료 6일치 상당의 금액이다. 카카오T대리운전은 무료 서비스지만, 일부 대리운전자들은 월 2만2000원의 이용료를 내고 손님 배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운전업계는 카카오 측의 피해 보상액이 실제 영업손실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와 노조 등이 카카오 먹통사태로 인한 대리기사의 피해사례를 접수한 결과, 신청자 382명(24일 오전 9시 기준) 중 91%(348명)이 ‘일을 배정받지 못해 소득을 벌지 못했다’고 답했다. 노조가 추산한 평균 피해액은 17만8000원이다.
송명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한 대리운전 기사들의 피해액은 최소 2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이르지만 제대로 된 피해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전수조사까지 하게 된다면 피해액은 지금보다 훨씬 막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관계자의 생생한 피해 사례도 이어졌다. 7년째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종호씨는 “카카오 먹통 사태가 벌어진 15일인 토요일은 가장 영업이 잘되는 날인데, 앱이 멈춰 새벽 3시까지도 제대로 업무를 보지 못했다”며 “설마 카카오가 문제가 있을까 싶어 새벽까지 앱을 삭제했다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했다”고 토로했다.
이창수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위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 등 거대 자본의 프로그램 속에서 사용자와 노동자는 점과 부호로만 표시됐다 사라진다”며 “사용자와 노동자는 프로그램 속 점과 부호가 아니라 사람들이고 노동자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대리운전 노동자를 우롱하지 말고, 최소한의 일 실수입을 책정하는 등 현실성 있는 보상을 실시하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오류에 대한 사고 안내 및 대응방안 매뉴얼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