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석 달 연속 총 0.04%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폭 상승세지만 전문가들은 대출 증가율, 금리 상승에 따른 건전성에 있어서 일반 차주와 취약 차주 간 차이가 관찰되는 만큼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2021년 12월부터 9개월 연속으로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하고 있는데도 연체 잔액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125조5620억원)이 전달보다 2조519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은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신용대출은 올 들어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해 전체 가계대출 잔액 감소세를 이끌었다. 신용대출 최고 금리가 8%대까지 치솟자 일반 차주들이 서둘러 빚 갚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달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신용대출 등) 연체율은 오히려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올랐다. 신용대출 연체율은 7월 말(0.37%)엔 전월보다 0.03%포인트 상승했으며 8월 말(0.42%)엔 한 달 만에 0.05%포인트나 상승했다.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줄었지만 취약 차주로 꼽히는 중신용 대출 취급은 오히려 증가해 연체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시장 수익률 부진과 기회비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투자 수요가 위축된 데 따라 여유자금은 상환 우세를 보이고 있으나 인터넷은행의 중신용 대출 취급은 증가하면서 연체율 악화가 나타난 것"이라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 확대를 고려하면 가계 연체 규모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면 연체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연체율이 0.3%에서 0.9%로, 연체액이 1조7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에 노출된 중·저신용 대출자 부담은 더 크다.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 위축, 연체 증가 등 연쇄적인 리스크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에서도 금리 인상기에 자산가격 조정이 이뤄지면서 차주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가계대출 건전성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금리 당시 돈을 빌려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하면서 가계의 순자산이 증가했는데 금리 인상으로 실물자산 가격이 조정되면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 중에서도 주택가격이 크게 조정되면 담보가치 하락, 임대소득 감소 등으로 그간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한 가계의 신용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 한은은 "부채가 누증된 상황에서 주가 하락과 함께 가계자산에서 대부분(86%)을 차지하는 실물자산 가격이 빠르게 조정되면 자산을 통한 부채 대응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면서 "특히 주택시장은 가계부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가격의 하방 압력은 가계 재무건전성에 대해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