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로이터,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보수당 내부에서는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를 이번주 안에 축출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 매체는 집권 보수당 소속 100명 이상 하원의원이 트러스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요청하는 서한을 '1992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에게 제출하려 한다고 전했다. 브래디 위원장은 이런 움직임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타임스 역시 일부 의원들이 총리를 새 지도자로 교체하는 안을 두고 비밀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월 31일이 트러스 총리 정치 생명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러스 총리가 감세 조치를 내놓은 뒤 영국 국채 금리가 치솟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은 그의 경제정책에 낙제점을 내렸다. 결국 감세안을 철회하고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을 경질하는 등 트러스 총리는 트러스노믹스를 사실상 폐기했다.
한 보수당 의원은 FT에 “(현 상황은) 난장판이다”라며 “어떤 사람들은 트러스 총리가 다음주에 사퇴하기를 원하고, 어떤 사람들은 10월 31일 이후에, 어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이후에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원한다”고 했다.
조지 오스본 전 영국 재무장관은 채널4와의 인터뷰에서 트러스의 퇴진을 강요할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리스 존슨과 테리사 메이 두 전직 총리 모두 1992위원회의 사임 결정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했다.
'1922위원회(The 1922 Committee)'는 보수당 평의원 모임으로, 내각 관료를 제외한 평의원은 누구나 해당 모임에 소속된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외에도 마거릿 대처 전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사임을 결정하는 등 정치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총리직의 생명을 결정하곤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러스의 정치적 권위가 무너지는 속도는 현대 영국 정치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야심 찬 경제 개혁을 통해 영국을 재편하겠다는 원대한 꿈으로 가득했던 집권 보수당이 지금은 총리 축출을 위한 정치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일 트러스 총리가 임기를 시작한 지 두 달 안에 쫓겨난다면, 1827년 병사로 119일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난 조지 캐닝 전 총리의 기록을 제치게 된다. 영국 역사상 최단기 총리가 되는 셈이다.
다만 보수당이 트러스 총리를 빠른 시일 내 축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후임자를 위해서는 총리 자리를 두고 경쟁할 두 명의 경쟁자를 찾아야 하는데 불확실성이 상당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