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국민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후 시초가 수준까지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20%(우선주 포함)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부진하자 코스피 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기술주를 대변해왔던 카카오 관련주의 잇단 하락은 개인투자자 이탈을 넘어 주식시장에 대한 혐오 인식까지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삼성전자 주가는 1.42%(800원) 내린 5만5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가총액은 330조7259억원이다. 작년 말 기준 시가총액은 467조4339억원으로 올해에만 138조원 빠진 셈이다.
삼성전자 주가 급락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투자심리 냉각과 경기 둔화에 따른 반도체가 포함된 제품 수요 감소가 주된 배경이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라는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카카오 관련주도 폭락세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김석 최고전략책임자, 안현철 최고연구개발책임자 등 임원 11명이 자사주 5만4685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이 매입한 주식은 약 10억원 규모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월 30일 7만2300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기록한 뒤 이날도 3% 하락하면서 1만7800원으로 마감했다. 신고가 대비 하락률은 75.38%에 달한다.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해도 냉담한 투자자 심리를 되돌리지 못한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작년 11월 17일 장중 11만6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이날 3만8200원으로 마감했다. 연 고점 대비 하락률은 67.07%에 달한다. 또 카카오는 이날 1.57% 내린 5만100원으로 마감했다. 52주 신고가 대비 하락률은 61.76%다. 카카오페이는 더 심각하다. 이날 3만63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작년 11월 30일 기록한 신고가(24만8500원) 대비 85.37% 빠졌다. 사실상 정상적인 주식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카카오 관련주의 폭락세는 스톡옵션을 매도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투자자 불만에도 잇따른 쪼개기 상장, 비정상적으로 높게 평가된 기업가치, 그리고 자회사에 대한 무리한 지원 등이 이유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IPO) 당시 다른 은행들에 비해 높은 기업가치를 받았고, 이에 따른 고평가 논란이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국내 포털 내 카카오뱅크 종목게시판을 보면 원색적인 비난 일색이다. 한 누리꾼은 ‘카카오뱅크 주가는 7000~8000원이 적정가’라고 꼬집었다. 이 누리꾼은 ‘카카오뱅크는 역대 최악의 종목으로 기록될 것이며 시총 8조원도 위태로워 최단기 폭락주로 지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들 국민주가 사실상 쪽박주로 전락하면서 주식 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투자자 예탁금 규모도 빠르게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 잔액은 49조3041억원으로 집계됐다. 예탁금 잔액이 50조원을 밑돈 건 2020년 10월 7일(47조7330억원) 이후 2년 만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난 뒤 찾지 않은 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한때 활황을 이어가면서 신규로 투자한 투자자들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보니 이들도 패닉에 빠진 상태”라면서 “이에 따라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