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가 5% 이상인 상황인데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월세를 낀 반전세 계약으로 새롭게 계약을 맺었습니다. 오히려 월세로 새롭게 계약하는 것이 매달 내야 하는 비용도 줄이고, 나중에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위험도 줄여준다고 생각했어요.”(경기 시흥시 거주 40대 여성)
‘전세대란’이 예상되던 올 하반기 임대차 시장이 오히려 ‘월세대란’을 눈앞에 두게 됐다. 저금리와 집값 상승기에 선호되던 전세 인기는 금융 부담 증가로 식어버렸고, 수요자들은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찾으며 월세는 뛰고 있다.
전·월세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집을 구하는 세입자보다 집주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8월 전·월세 수급지수를 보면 시장에 월세수요가 비교적 많은 반면 전세수요는 줄고 있는 셈이다.
이런 수요 증가에 월세 거래가 늘고 가격 또한 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1월 1일~9월 30일) 거래된 월세는 6만853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6598건보다 1만2000여 건 더 이뤄졌다. 초고가 월세를 비롯한 월세 거래 전반에서 가격이 뛰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는 8월 0.12% 상승하며 2019년 7월 이후 38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등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올해 가장 비싼 월세 거래는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 청담) 전용 273.96㎡로 보증금 4억원, 월세 4000만원에 체결됐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 수준을 월세로 내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64.546㎡가 보증금 20억원, 월세 27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월세는 뛰고 보증금은 줄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 비중 또한 지난해 31.7%에서 올해 34.8%로 3.1%포인트 늘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는 올해 2월 0.06% 하락을 시작으로 매달 떨어지고 있으며 지난 8월엔 0.16% 하락하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 최근엔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한 집주인이 샤넬백을 내걸기도 했다.
양천구 소재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높은 이자로 인해 월세 계약을 선호하는 세입자가 늘었고 자연스럽게 월세도 오르며 세입자 주거비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또 빌라 등 깡통전세 우려가 있으면 보증금을 떼일 우려도 있어 월세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입자들 인식은 월세를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이 최근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306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주택임대차 거래 유형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세를 선택한 세입자 비율이 57.4%, 월세를 선택한 비율이 42.6%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2020년 10월 진행한 조사에서는 세입자의 월세 선호도가 2020년 17.9%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2배 이상 커진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거래포럼 공동대표)는 “세입자들이 월세를 낀 거래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보유세 등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현금 흐름이 필요한 집주인들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려 세금과 금융 비용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