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사적연금과 금융소비자보호

2022-10-07 00:05
  • 글자크기 설정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

초고령사회 노후 준비를 위한 사적연금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양적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사적연금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연금은 노후생활을 위해 경제활동 기간에 벌어들인 소득 중 일부를 적립하는 제도로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으로 나뉜다. 1994년 세계은행이 발간한 ‘노년 위기의 모면'이라는 보고서에서 3층 연금 체계를 처음 제시하였다. 노후자금 상당액을 연금으로 준비한다고 할 때 사회가 보장하는 연금을 1층, 기업이 보장하는 연금을 2층, 개인이 준비하는 연금을 3층으로 명명했다.

이후 2005년 세계은행은 '21세기 노년층 소득 지원'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존 3층 연금 체계에서 1층으로 분류되었던 사회보장연금을 0층과 1층으로 세분화하여 기초연금과 공적연금으로 나누었다. 우리나라는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 1층에서 노후소득 보장 체계의 근간 역할을 하고 있고 2층의 퇴직연금과 3층의 개인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을 준비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0층에는 노인 70%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제도의 특성이 있는 기초연금과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공공부조의 두 축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사적연금의 질적 성장을 위해 금융소비자보호 측면에서 검토해 보아야 할 사항으로 먼저, 사적연금의 범위와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은 사적연금으로 분류하는 것이 명확하다. 반면 주택연금은 사적연금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는 주택연금을 공적연금으로 분류해 놓고 있어 사적연금 범위를 다시 한번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금자산의 효율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은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다양하다. 규제하는 법도 보험업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소득세법 등으로 나뉘어 있어 효율적인 관리 체계가 부재하다. 금융소비자의 권익 강화를 위해 연금자산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연금사업자의 연금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매년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사적연금은 운용수익률에 의존하고 있다. 연금자산이 장기로 운용되는 만큼 시장 변동에 따라 적절한 포트폴리오의 변경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연금사업자의 연금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적연금의 세제 혜택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연금계좌 납입 시 세제혜택 한도 상향 조정과 더불어 연금계좌에서 발생하는 연금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과세 기준을 함께 조정할 필요가 있다. 연금 수령 시 연금계좌에서 수령하는 연금액이 연간 1200만원을 넘으면 연금 전액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 사적연금 세제는 납입 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운용기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으며 과세되지 않은 납입금과 운용 수익에 대해 연금 수령 시 과세하게 되어 있다. 연간 연금액이 1200만원 초과 시 여타 소득과 합산하여 과세하는 종합과세를 적용받아 세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연금계좌에서 발생하는 연금 수령 시 종합과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계좌 납입액에 대한 세제 혜택 한도 상향 등 사적연금 기능 강화 정책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연금계좌 납입 시 세제 혜택 한도 상향 조정과 더불어 연금계좌에서 발생하는 연금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과세 기준을 함께 조정할 필요가 있다. 연금 가입 기간이 장기인 만큼 중도에 인출하거나 해지하는 비율이 높은데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경제적 혜택이나 세제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연금과 관련된 실질적 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시장에 선택할 수 있는 연금상품 종류가 다양해야 하고 선택 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현재 설명의무 등 정보 제공은 가입 단계에서만 강화되고 있는데 연금상품은 장기간 가입이 전제되어 있으므로 유지 단계와 수령 단계에서도 설명의무 등 정보 제공이 충실히 이루어져야 한다.
 
금융소비자가 연금 개시일이 도래한 이후 연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에 연금 수령을 별도로 신청해야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일부 연금저축 가입자가 연금 개시일이 도래하였으나 연금 수령을 신청하지 않은 미수령 연금과 사업장의 폐업이나 도산 등으로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청구하지 않은 미수령 퇴직연금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추진한 은행권 미수령 연금저축·퇴직연금 찾아주기 실적을 보면 미수령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을 찾아간 건수는 수령 대상 중 25%에 그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사적연금의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을 위한 제도 개선으로 초고령사회 노후 준비를 위한 사적연금의 역할이 더 강화되길 바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