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 버리고 '실리' 추구하는 '버티컬 커머스'... 카테고리 확장 득실은?

2022-10-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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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의 뷰티 특화 전문몰 서비스 뷰티컬리(왼쪽)와 에이블리 앱 화면. [사진=각 사]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은 마켓컬리, 무신사, 에이블리 등 패션, 식품, 명품 등 특정 카테고리만 취급하는 전문몰이다. 이들은 특정 분야 강점을 앞세워 이커머스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기존 특정 카테고리를 넘어 새로운 업종까지 취급 품목을 확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8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전문몰)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지난 8월 21.8% 늘었다. 전문몰 거래액은 2020년 12월 이후 매달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은 여러 카테고리 상품을 다양하게 갖춘 종합몰과 달리 특정 카테고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플랫폼을 말한다. 버티컬 플랫폼은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돼 있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도가 높고 충성 고객층이 두껍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버티컬 플랫폼들이 상품군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신규 카테고리 확장으로 ‘상품의 다양성’ 확보
신선식품 전문몰 마켓컬리는 지난 7월 뷰티 특화 서비스인 ‘뷰티컬리’를 선보였고 리빙과 가전, 베이비·키즈 용품, 반려동물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컬리는 식품 외에 뷰티 등 신규 카테고리를 통한 외형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 버티컬 플랫폼은 패션과 연계한 뷰티, 리빙, 전자 등 카테고리를 ‘라이프 스타일’로 확장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는 화장품과 리빙, 전자 등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무신사 부티크’를 열고 명품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외에도 책과 예술품, 티켓 등 문화까지 확장했다.
 
무신사는 지난달 30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에 ‘호텔 등 숙박시설 예약 및 판매 대행업’을 추가하면서 여행과 호텔 사업 확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무신사의 자회사인 셀렉트숍 29CM에서 일시 프로모션 형태로 판매했던 호텔·여행 관련 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위함이다. 29CM는 정관 변경 후 티켓, 숙박 관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의 패션 플랫폼 W컨셉도 ‘라이프’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인테리어와 여행용품, 가전, 문화·취미, 식품까지 라인업을 넓혔다. W컨셉 관계자는 “고객들이 자사의 패션·뷰티 영역에 대한 큐레이션 경쟁력을 라이프 카테고리에 적용해 상품군을 확장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기존 잡화 영역을 컬처로 변경하고, 디자인 문구, 도서, 취미 영역으로 세분화했고 이너뷰티 관심도 높아지면서 푸드 카테고리 신설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와 브랜디, 에이블리도 패션 외에 뷰티, 리빙, 가전 등으로 상품군을 다양화했다. 특히 에이블리는 건강기능식품과 여행, 항공, 숙박, 렌터카, 티켓까지 폭 넓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명품 플랫폼 업체 역시 명품 패션 외 리빙과 뷰티, 가전 등으로 카테고리 확장하고 있다. 가전양판점 전자랜드는 지난해 5월 선한과일을 론칭하고 과일 판매에 돌입했으며, 온라인몰에서 건강기능식품과 가구, 패션, 뷰티 등 비가전 품목을 늘리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버티컬 플랫폼은 특히 해당 플랫폼의 취향을 반영한 큐레이션 상품들을 좋아하는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 록인(Lock-in)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면서 “기존고객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한 플랫폼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영업으로 상품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버티컬 플랫폼의 경우 자사만의 독특한 취향을 담은 상품 큐레이션 능력을 여러 카테고리에서 보여줌으로써 충성고객을 플랫폼에 더 머물게 하는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시장 위축에 성장성 입증 위한 ‘거래액 키우기’ 숙제
버티컬 플랫폼들이 상품 라인업을 넓히는 또 다른 이유로는 거래액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주로 외부 투자유치를 통해 운영되는 플랫폼 기업들은 성장성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거래액’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등으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왔던 투자자들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의 투자금 유치가 중요한 버티컬 플랫폼들이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버티컬 플랫폼들이 다양한 상품군을 구비하며 영역을 넓히자 플랫폼만의 특색이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충성고객들은 다양한 상품을 한곳에서 구매할 수 있어 편의성을 높일 수 있지만, 패션과 식품 등 기존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평소 버티컬 플랫폼을 즐겨 찾는다는 소비자 A씨(29·여)는 “자주 쓰는 플랫폼에서 상품 라인업이 다양해져서 VIP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지만, 점점 종합몰과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플랫폼의 큐레이션 능력을 기반으로 한 제품의 다양성 확보가 아닌 무분별한 카테고리 확장은 결국 충성고객마저 떠나게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장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구비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기존 플랫폼의 운영 방향과 연관성이 없는 상품들은 ‘전문몰’이라는 정체성과 멀어지는 것 같다”면서 “매출만 늘면 그만이라는 식의 사업 확장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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