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2년3개월 만에 최저치...약세 계속
27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거래)센터는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424위안 올린 7.072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0.6% 급락한 것으로 지난 2020년 6월 30일 이후 약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환율을 올렸다는 건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인민은행은 최근 들어 외환 선물환 거래에 대한 위험준비금 예치율 상향 조정, 외화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등을 통해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을 막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날 인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외환선물환 거래에 대한 위험준비금 예치율을 0%에서 20%로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외환선물환 위험준비금율을 인상한 건 4년 만이다. 외환선물환 위험준비금은 은행들이 기업 등에 달러 선물환(옵션·스와프 포함)을 거래할 때 인민은행에 1년간 무이자로 예치하는 금액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비용을 높여 위안화 매도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역내·외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무서운 속도로 고꾸라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6분(현지시간) 기준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7.1633~7.1640위안선에서, 역외시장에서도 7.1626~7.1631위안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특히 기준환율의 제한을 받지 않는 홍콩 역외시장 환율이 이날 장중 0.1% 올랐다가 0.3% 떨어지는 등 등락을 반복했다. 2008년 이후 14년 동안 한 번도 깨지지 않은 1달러당 7.2위안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국, 위안화 약세 방어에 나서나...역주기조절요소 등 대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홍콩에서 위안화 표시 어음을 발행하거나 역주기 조절 요소(counter-cyclical factor)를 통한 환율 관리 등의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키 류 홍콩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전략가는 중국 당국이 역외 시장에서 유동성을 회수하고 통화에 대한 베팅 비용을 인상하기 위해 홍콩에서 위안화 표시 지폐의 발행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천징양 HSBC홀딩스 전략가도 블룸버그에 "거래 기준치를 산정할 때 책정 참여 은행이 역주기 조절 요소를 이용하는 것을 재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역주기 조절 요소는 중국 경제 펀더멘털이 기준환율에 더 명확히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군중심리에 환율이 요동치지 않도록 환율 메커니즘을 조절하는 일종의 통화 방어장치다. 위안화가 가파른 절하를 이어가던 2017년 5월 처음 도입됐고 2018년 1월 적용이 중단됐다가 미·중 무역전쟁 속 위안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자 그 해 8월 다시 시행됐다. 이후 지난 2020년 10월 위안화 강세 행진 속 2년여 만에 다시 이를 제외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외화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류 전략가는 인민은행이 외화 지준율을 추가로 2%포인트 내린 5%로 조정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은 지난 4월과 9월 두 차례 외화 지준율을 인하한 바 있다.
당분간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연말 예상 환율을 7.3위안으로 제시했고, 일본 노무라와 호주 맥쿼리는 7.2위안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환율이 1달러당 7.2위안을 넘은 것은 2008년 2월이 마지막이다.
프랑스계 금융회사인 나타시스(Natixis SA)의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국가 통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 인민은행이 경제적 대가에도 7.2위안대까지 용인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평가 절하 속도가 빨라지면 인민은행이 직접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