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가운데 현금 지원에 의존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정책의 실행 주체와 시기를 재점검하는 등 인구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서형수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인구쇼크, 대한민국 소멸위기: 사라지는 대한민국 해법은 있나?’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원화된 정책 추진 거버넌스는 실행 방안이 될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기획재정부는 인구정책TF를 각각 만들어 운영하는 방법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향후 10년 이내 부모세대 인구 규모가 크게 줄고 고령화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 안목뿐 아니라 적기 대응도 중요하다”며 “2017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불과한 한국의 가족지원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2.34%)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 김택환 경기대 교수는 ‘초저출산’ 원인을 크게 △정치 리더십 무능 △잘못된 정책 △강남공화국 등 3가지로 꼽았다. 김 교수는 “역대 대통령 모두 저출산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과 대책이 없었고 국회는 정쟁만 일삼았다”며 “2006년부터 2020년까지 38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후퇴했고 이에 대해 책임지는 관료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통령 직속 ‘저출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자체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협의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국회 역시 국회의장이 나서 여야가 참여하는 저출산특위를 구성, 출산과 인구문제에서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를 없애지 말고 ‘가족어린이여성부’로 전환해 어린이와 가족친화적인 사회를 만들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며 “출산율을 반등시켰던 독일과 프랑스는 어린이지원금 등을 직접 지원하고 ‘나홀로’ 아이를 출산하거나 양육하는 사람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부여한다는 점을 참고할만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를 주관한 양 의원은 “인구문제는 답답할 만큼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도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로 인구소멸을 막으려면 직접 수혜자인 청년 여성과 함께 머리 맞대고 인구정책 방향을 수정하고 현실에 맞게 재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 위기의 심각성을 국민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정책도 탄력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