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3국이 '킹달러'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시장개입과 정책변경 등 기본적 수단은 물론 통화스와프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20일 정부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21일께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맺은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된 이후 재개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으로 이뤄진 윤석열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통화스와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통화스와프의 주체는 중앙은행이어서 정상회담에서 바로 결론이 도출되긴 힘들다. 하지만 두 정상이 실질적 외환 협력에 합의하는 것만으로도 고삐 풀린 환율의 진정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시장 상황을 지켜보던 우리 외환당국도 환율이 달러당 1400원에 육박한 지난 15일 이후 실력 행사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지난주 후반 달러 거래를 하는 외국환은행들에 주요한 달러 매수·매도 현황과 각 은행의 외환 관련 포지션에 대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빈도는 매시간으로, 사실상 실시간 보고를 의미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불필요하게 달러를 사들이지 말라는 당국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최근 대외요인으로 원화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 내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구두 개입 메시지를 냄과 동시에 10억 달러에 가까운 매도 개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환시장 당국자들도 지난 14일 엔화가 1달러당 145엔에 육박하자 시장 개입 전 준비 단계인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했다. 당국자들이 시장 움직임을 견제하는 구두개입에서 더 강력한 단계로 전진한 것이다.
레이트 체크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민간은행에게 현재 환율 수준을 묻는 것을 의미하는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구두 개입으로도 불충분하다고 생각될 경우 실시된다.
전주에는 재무성, 일본은행(BOJ), 금융청(FSA) 관계자가 3자 회담을 하며 1998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엔화 가치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 환율을 시장 예상보다 강하게 설정하고, 외화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등 환율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화지준율을 낮추면 민간은행이 보유해야 하는 의무 외화량이 줄기 때문에 시중에 달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위안화 가치 급락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외환당국의 노력이 시장 전반의 안정화를 찾겠다는 목적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시장 개입이 이른바 '킹달러'(달러 초강세)로 요약되는 국제금융시장의 흐름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간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보다 강력한 개입을 통해 일단 불안심리를 차단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북아 3국 모두 과거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늘어나 환시 개입을 위한 실탄은 충분하지만 강달러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산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은 자칫 외환보유액만 축낼 수 있다"며 "당국의 개입은 시장 심리와의 싸움인 만큼 특정 레벨을 염두에 두고 있다기보다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