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원회가 국책은행에 ‘우량·성숙기업 여신의 시중은행 이관 프로세스 확립’을 주문한 가운데 산업은행이 이관 시나리오를 1~3까지 만들어 분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16일 산업은행이 작성한 ‘우량·성숙단계 여신 판별기준 시나리오’ 문건을 확보해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산업은행은 기업 신용등급과 업력 등을 감안해 민간 이관대상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우량·성숙단계 여신 이관에 따른 시나리오별 영향도를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체 영업자산 243조7000억원 중 이관 대상이 되는 자산규모를 106조5000억원 수준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신용도가 최고 수준인 알짜 회사만을 골라 최대 18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자산을 민간은행에 넘길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세웠다.
산업은행이 세운 이관 시나리오는 총 3가지다. 시나리오1의 경우 3년 연속 신용등급 AA이상, 업력 10년 이상, 상장사·당행 거액여신 500억원 보유기업을 포함하는 안으로 여신 규모 5조3000억원에 국내 대기업 9곳과 중견기업 1곳을 포함해 19개사가 포함됐다.
산은이 민간 이관대상으로 검토한 기업으로는 ㈜SK하이닉스, 현대제철(주), ㈜LG유플러스, LG화학, 삼성물산, 현대차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김주영 의원실 확인 결과 산업은행은 물론 기업은행에서도 IBK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전체 부서를 대상으로 ‘정책금융 역할재편’ 관련 문건 작성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무책임하고 대책 없는 국책은행 우량여신 매각은 공공기관 민영화를 넘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국책은행의 자산을 ‘일회성 정권홍보용’으로 팔아넘겨 버린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정말 심각한 위기가 왔을 때 국책은행이 뭘 기반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또한 “국책은행은 민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자금을 수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며 “국책은행의 규모와 안정성이 떨어지면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경제 안정성이나 신용도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책금융기관을 무력화시키는 민영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산은 측은 "우량·성숙 여신과 관련해 내부적인 검토를 위해 자체적으로 판별기준 등 실무적인 수준의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하기 위해 내부 회람한 것"이라며 "우량여신을 시중은행에 이관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며 관련 내용을 추가적으로 검토 및 보고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