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인사이트] '백년 대변국' 상품무역 충격 속에 서비스무역 키우는 중국

2022-09-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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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줄기 석양빛이 강물에 퍼지니, 절반은 푸르고 절반은 붉구나(一道殘陽鋪水中 半江瑟瑟半江虹)"라는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모강음(暮江吟)은 1200년을 두고 세계화의 대전환기와 연결된다. 백거이가 본 강물엔 낮도 있고 밤도 있다. '100년 대변국'이라는 세계화도 그렇다. 속도가 둔화했지만, 구조는 지각변동이다. 공급망 병목으로 상품무역이 타격을 받았지만 다른 쪽에선 디지털 경제가 서비스무역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세계화 무대 위의 상품무역과 서비스무역은 작용과 반작용의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업에 상품과 서비스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서비스무역의 세계화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빅데이터가 규모(volume)와 속도(velocity), 다양성(variety)으로 공간 장벽을 허물고 있다면, 코로나 팬데믹은 원격 근무와 인공지능(AI)의 보급 확산을 앞당겨 놓았다. 제도적 뒷받침과 기술적 성숙이 계속된다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비접촉 경제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서비스업의 재편은 중국의 경제도 어김없이 바꿔놓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조용하지만, 더 철저한 변혁이다. 원격 사무실과 AI가 중국식 기업문화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융합되고 있다. 조세 당국이 서비스무역에 대한 과세 원칙과 세칙을 채워갈수록 서비스업은 계단식 성장을 계속해갈 것이다.

서비스무역은 이론적으로는 거의 제한 없이 확장할 수 있다. 중국의 인구 고령화 가속화는 현실적 위협 요인이자 엄준한 도전이지만 전에 없던 새로운 흐름으로 연결될 것이다. 디지털 경제 시대의 도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만들어낸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은 플랫폼 노동(platform labor, 勞動平臺)이다. 모바일 선진국 중국에서 디지털 경제는 '신(新)경제' 건설의 핵심 중 핵심이다. 2015년 봄 양회(兩會)를 기점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된 '인터넷 플러스(互聯網+)' 정책은 인터넷 경제와 실물경제의 융합 발전을 지향한다. 경제 구조를 개조하고 산업을 고도화하는 전략이다.

앞으로 중국은 서비스무역 영역에서 더 많은 플랫폼 근로자를 필요로 할 것이며 그중 상당 비율은 아시아에 의존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치 중국 상품무역의 핵심인 광둥성이 15~20년 전에 아프리카 출신의 이주 근로자를 필요로 했던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중국은 소프트웨어 개발, 컴플라이언스 조사, 광고 아이디어 등 많은 무역 분야에서 서로 다른 국가와 지역에서 온 대량의 온라인 사무직원을 필요로 할 것이다. 중국과 연계된 국제 서비스무역 종사자가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중국공상은행 국제경제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청스(程實)의 전망이다. 유럽의 고용시장을 보면 중국의 미래 조감도를 그리는 데 참고가 된다. 유로존 노동시장 전체 일자리의 3분의 2를 서비스무역이 차지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는 세계와 연결해 대량의 온라인 서비스무역을 전개한단다.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서비스무역이 상품무역보다 중요하다(조수아 프리먼, 20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다수가 선진국으로의 경제 전환 과정에서 중간 서비스제품(서비스 투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가속화하고, 그 속도는 중간 완제품(제조 투입) 평균의 2배에 달한다. 그 결과 구미 주요 선진국에서 서비스업이 중간재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조업의 2배에서 4배 수준이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연구하는 리처드 볼드윈(Richard Baldwin)과 도시히로 오쿠보(Toshihiro Okubo)는 올해 발표한 논문에서 원격 근무 능력과 자동화 기술 수준이란 두 차원에 기초해 글로벌 서비스무역 업무를 분류 평가했다. 디지털 기술 영역의 성장세로 인해 제조업과 상품무역에서 이미 우위에 있는 중국은 서비스 영역의 일정한 전문능력을 연계해 시장을 확장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이것이 '인터넷 플러스' 전략의 기본이다. 중국은 아웃도어 서비스, 금융과 경영, 사무자동화· 이커머스 물류(온라인 물류) 분야에서 국내외 전문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세 가지다. 첫째 중국의 정책이 변하면 핵심 관찰 포인트도 변해야 한다. 중국이 가격체계 개혁을 단행한 1994년부터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까지 중국은 경제산업정책의 핵심을 수출(외수)에서 찾았다. 이 시기의 중국은 글로벌 동조성이 높았다. 해외시장의 파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경제와 기업의 레버리지 비율(부채경영 의존도)은 낮았지만, 지속 성장 가능성도 약했다.

이때 우리가 중국을 관찰하는 핵심 포인트는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위안화의 평가 절하 수준, 수출 증가 속도 등이었다.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환경이 급변한 2009년부터 10년간은 중국이 사회간접자본시설(SOC)과 부동산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동조성이 낮아졌지만, 국내 자금 수요 확대로 부채 비율이 증가했고, 지속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약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 시기의 핵심 관찰 포인트는 재정 건전성과 위안화의 평가 절상 수준, SOC 투자액, 부동산 판매량 등이었다. 이제 중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융합한 내수 구동형 경제를 심화하고 있다. 일부 부동산 기업이 무너졌지만 전체 레버리지 비율은 하락하며 지속 성장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 중국 경제와 산업을 분석하는 핵심 관찰 포인트는 소매판매액과 물가지수, 제조업투자 등이다.

둘째 중국의 산업 경쟁력에 대한 분석과 평가 시선을 미래로까지 확장해야 한다. 한·중 경쟁력 변화와 대응 전략에 관한 많은 연구는 현재 우리나라 주요 산업 영역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철강,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다. 연구의 시간적 범위도 5년으로 짧거나 미래 연구인 경우, 모호한 전망이 많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관한 연구의 출발점을 한국뿐 아니라 중국 자체에도 맞추어야 한다. 연구 방향은 ‘어떤 업종은 추월당했고 어떤 업종은 2~3년 남았고 또 어떤 업종은 경합’ 같은 단거리 질주 경쟁 같아선 곤란하다. 중국의 어떤 부분은 우리의 중장기 산업육성 정책에 참고하고, 또 어떤 부분은 우리와 연결해 양국 기업의 부가가치가 동시에 증가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이롭다.

셋째 중국을 분석하는 시각을 새롭게 해야 한다. 흔히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장기화, 예전 같지 않은 부동산 경기와 관련 기업,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강력하게 나오는 기업 관련 조치들은 정책적 위험성이자 ‘차이나 리스크’로 다가온다. 하지만 시각을 확대한다면 변화의 동인과 본질이 보이며 새로운 기회에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점점 더 수치를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수치보다 경제성장의 구성을 본다면 시장이 보일 것이다. 예를 들면 서비스업의 비중이 추세적으로 얼마나 늘고 있고 서비스업 중에서는 어떤 소분류 업종이 상승하고 하락하는지 등이다. 사실 GDP 수치 자체도 기준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얻기도 한다. 중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8.1%에서 올해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로 나타났지만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장기화 요인을 고려해 2년 단위의 평균치를 내어 비교한다면 경제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결과를 볼 수도 있다. 최근 수년간 경제성장률의 기저·역기저 효과 요인이 커진 것이 세계 경제의 한 흐름이다.
 

 

박한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교수

필자 주요 이력

▷현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 ▷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객원교수 ▷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 ▷전 한중사회과학학회 부회장 ▷중국 푸단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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