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상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국내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산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특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맞는 첫 태풍이어서 산업계는 집중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예견된 자연재해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사업주의 책임을 회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들은 안전사고 방지에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4일 조선·철강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힌남노'가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된 만큼 6일 조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포스코도 이날 제철소 직원들에게 6일은 '잠정 조업 중단'이라고 통보했다.
당초 이 기업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5~6일 정상근무 방침이었으나, 무리한 조업 강행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법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해 전면 중단 또는 잠정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철강업계 외에도 힌남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기업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여수·울산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및 정유공장 등도 야외 조업 중단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힌남노 초비상] 갈 길 먼 尹 '위기관리능력' 시험대...추석 민심까지 파고든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전역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일각에선 힌남노가 '추석 민심'의 향배를 파고들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3단계로 격상하고 비상 대응 태세를 갖췄다. 전 부처 장관들과 기관장들에게는 사실상 '총동원령'이 내려진 셈이다. 힌남노는 이날 오후 제주도 해상을 지난 뒤 6일 오전 경남(부산·통영)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은 '추석 민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힌남노의 북상 시기가 추석 연휴 직전인 데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어 힌남노는 보수 진영의 텃밭인 경남지역에 상륙할 예정이어서 만약 정부 대응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를 경우, 민심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보수층을 기반으로 3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5일 공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전주 대비 1.3% 하락한 32.3%로 나타났다. 낙폭의 상당수가 대구·경북(3.3%포인트↓)과 70대 이상(5.3%포인트↓) 등 보수층에서 나타났다.
◆힌남노 북상에 자연재해 테마 묻지마 이상급등 '요주의'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북상 소식에 자연재해 관련 테마가 급등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급등한 종목들 대부분이 마이너스 이익을 기록하거나 규모가 작아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크게 고평가 됐기 때문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에스이는 전 거래일 대비 상한가(29.79%)인 1375원 오른 5990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삼호개발은 15.97%(670원) 뛴 4865원, 우원개발도 9.85%(520원) 오른 5800원을 기록했다.
코리아에스이의 최근 6거래일간 누적 수익률을 보면 144.49%가 급등했다. 또 우원개발은 27.61%, 삼호개발은 14.88%가 상승했다. 이날 주가가 하락한 자연과환경도 9.49%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 같은 자연재해 테마들의 급등은 힌남노의 규모나 위력이 그간 겪어온 태풍에 비해 강력하다는 점에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에 따른 관련주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주가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 예측한 상륙 시점 중심기압은 95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은 초속 40~50m에 달한다. 2020년 태풍 마이삭의 상륙 당시 957헥토파스칼, 2016년 차바(975헥토파스칼)보다 훨씬 강하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한 태풍으로 분류된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30% 급등…에너지 위기 심화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을 재개하지 않기로 통보한 뒤 유럽 가스 가격이 30% 가까이 급등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전 장보다 30% 오른 메가와트시(㎿h)당 272유로에 거래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은 2주 전 ㎿h당 300유로를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내림세를 나타냈었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은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에 천연가스 가격은 치솟고 유럽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 가치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0.99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유럽 각국 정부는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자 막대한 재정을 풀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너지 기업에 유동성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스웨덴 정부는 정부가 에너지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위기가 금융 시스템으로까지 번질 것으로 본다.
독일 정부는 물가 급등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650억 유로(약 88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추진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대규모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들의 초과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위안화 약세에...中 외화 지준율 5개월 만에 또 인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융 기관의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을 5개월 만에 또 내렸다.
5일 인민은행은 저녁 사이트에 게재한 공지문에서 오는 15일부터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지준율)을 현행 8%에서 6%로 2%포인트(p) 인하한다고 밝혔다. 외화 지준율을 인하하면 금융기관은 고객이 예금으로 맡긴 달러를 더 많이 시중에 유통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내에 유통되는 달러화 유동성 조절 수단으로 꼽힌다.
이번 인하 조치는 지난 4월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위안화 가치와 중국 증시가 동반 급락하자 인민은행은 지난 4월 외화예금 지준율을 기존 9%에서 8%로 1%p 인하했다. 당시 외화예금 지준율 인하는 지난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번 외화 지급준비율 인하는 달러 대비 위안화 추가 약세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올해 초 만해도 견고한 흐름세를 이어갔던 중국 위안화는 최근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위안화 가치는 지난 8월까지 6개월 연속 떨어져 미·중 무역전쟁이 극에 달했던 2018년 10월 이후 최장기간 절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에도 인민은행의 고시 환율 기준 위안화는 달러 대비 0.6% 이상 절하됐고, 연초를 기준으로 하면 위안화 가치는 약 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