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군부 헌법' 개정 부결…국민 60% 반대

2022-09-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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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9월 4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헌법 개정안이 부결된 후 수도 산티아고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군부 독재 시절 제정된 헌법을 바꾸려던 칠레 정부의 개혁이 실패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칠레 선거관리국은 이날 개헌 찬반 국민투표 개표 결과, 개표율 99.9%를 기점으로 반대표가 61.9%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찬성표는 38.1%에 그쳤다. 통과를 위한 과반 찬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개헌안은 부결됐다.
 
현행 칠레 헌법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정권 시절인 1980년에 제정된 것으로, 여러 차례 개정이 이뤄졌으나 근본 뼈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난 2019년 10월 빈부격차 등 경제·사회 불평등에 칠레 국민들이 들고 일어서며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군부 독재 헌법에 대한 개정 요구가 거셌다. 이날 국민 투표가 시행된 이유다.
 
개헌 절차 착수 여부를 묻는 지난 2020년 국민투표에서는 78%에 달하는 유권자가 헌법 제정에 찬성했지만, 2년 여 만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날 결과가 나온 뒤 올해 3월 취임한 진보성향인 가브리엘 보리치(36) 대통령은 의회 등과 협력해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헌법 초안을 새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오늘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간 격렬한 세월을 보냈다”며 “그 분노는 잠재돼 있고 우리는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헌안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중도 좌파 정당과 우파 정당도 새 헌법 초안을 준비하기 위해 협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칠레의 새 헌법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이라는 평을 받았다. 사회 권리 확대, 환경 규제 강화, 사회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책임 확대, 완전한 성평등과 함께 칠레 역사상 최초로 원주민 대표들에게 지정 의석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그러나 공기업 구성원 남녀 동수, 난민 강제 추방 금지, 원주민 권리 확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았고, 초안이 공개된 후 새 헌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우파에서는 초안이 너무 좌파적이고 이상적이어서 법률로 전환하기에는 무리라고 비판했다. 또한 투자와 성장을 저해하고 재정 지출 급증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헌안 부결로 보리치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보리치 대통령은 개헌을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여론조사업체 디사이드칠레의 크리토발 헤니우스 설립자는 “보리치 대통령은 (이번 결과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며 “그 누구도 국민 투표 결과가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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