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웃 간의 갈등 부르는 '층간소음'

2022-09-0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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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퇴근하고 와도 내 집에서 편히 쉴 수가 없어요."

아파트 주거 형태가 많은 한국에서 '층간소음'을 겪는 일은 빈번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5년간(2017~2021년)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전화나 온라인으로 상담하거나 접수처리한 건수는 2017년 2만2849건에서 2021년 4만6596건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 기간 현장 소음측정을 나간 1864건 중 152건(8.2%)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현장진단을 접수한 6만9272건 중 발생 원인은 뛰거나 걷는 소리가 4만6897건으로 전체 67.7%를 차지했다. 망치 소리 3247건(4.7%), 가구 끄는 소리 2674건(3.9%) 순으로 뒤를 이었다.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 간의 작은 갈등으로 그치곤 하지만 폭력이나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A씨는 자신의 집 위층에서 어린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리자 층간소음에 항의하기 위해 흉기를 들고 위층 B(51)씨 집으로 가 초인종을 누른 뒤 B씨 허락 없이 현관을 통해 거실로 들어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왜 조용히 안 해. 우리 엄마가 너희 때문에 죽었다"며 욕설을 하고 손으로 멱살을 잡아 여러 차례 흔들어 폭행했다. 

또 지난해 11월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층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40대가 1심 재판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23일 아파트 등 공동주택 층간소음 판단 기준을 낮추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연내 시행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1분 등가소음도 기준이 주간 39㏈, 야간 34㏈로 기존안인 43㏈, 38㏈보다 4㏈ 낮아졌다. 층간소음의 기준치가 초과 확인된 후에도 소음 발생 행위가 중단되지 않으면 조정위원회를 통한 피해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이 같은 민·관 차원의 다양한 노력에도 층간소음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층간소음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주민들의 소통 부재 탓 만도 아닐 것이다. 풀기 어려운 난제이지만 모두가 내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동체 구현을 위한 범사회적 머리 맞대기가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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