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비자발적' 무지출 챌린지의 웃픈 현실

2022-08-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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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고 위기에 극단적 절약 트렌드 심화

"일주일간 한푼도 쓰지 않겠다" 비장

소비심리 위축에 경기침체 우려 확산

젊은 세대 '사라지는 취향'이 더 문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짜장면을 먹고 싶을 땐 짜장 맛 라면, 치킨이 당길 땐 양념치킨 맛 삼각김밥을 사 먹었다. 3년 전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였을 당시 써먹었던 '먹은 셈 치고' 식비 절약법이다. 짜장 맛 라면을 먹을 땐 쇠젓가락 대신 굳이 나무젓가락을 사용해 배달시켜 먹는 기분을 냈다. 흉내 낸 맛으로 대리만족하는 일종의 정신승리법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궁상 소리 듣던 이런 절약법이 요즘엔 유행이라고 한다. 한 달 전 구매한 돼지 뒷다릿살로 한 끼를 때우고 두 달 전 2000원 주고 산 냉동만두로 만둣국을 만들어 끼니를 해결하는 유튜브 영상은 무려 70만회(8일 기준) 재생됐다. 유튜브 채널 '반백수 김절약씨' 동영상 시리즈인 절약 브이로그다. 하루 10원도 쓰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 5만원으로 일주일 살기 등 극단적인 절약과 소비 통제가 주제다. 올해 초 '만두로 4일 연명하기' 영상이 처음 올라온 뒤 △4일 지출 2400원 △돈 없어 집에서 해 먹는 탕수육 △앱테크로 절약하는 방법 등의 영상이 업로드돼 인기를 끌었다. 이 채널은 지난 1월 개설됐지만, 누적 조회 수만 280만회를 넘겼다.
 

한 달 전 구매한 돼지 뒷다릿살로 한 끼를 때우는 중인 유튜버 '반백수 김절약씨'. [사진=유튜브 채널 '반백수 김절약씨']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로 지갑이 더 얇아지자 절약 콘텐츠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욜로(YOLO), 플렉스(FLEX)를 외치고 소비를 과시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푼돈이라도 아끼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하루 지출 0원을 달성하는 무지출 챌린지도 대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극단적인 절약을 실천 중이라는 이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회원은 "안 사도 안 죽는다"란 비장한 각오를 남긴 뒤 "일주일 동안 단 한 푼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갑을 꽁꽁 닫는 무지출 챌린지 유행을 두고 일각에선 소비심리 위축을 걱정한다. 지나친 소비 위축이 자칫 지역경제를 얼어붙게 만들진 않을까란 우려다. 하지만 진짜 우려는 젊은이들의 취향 실종이다. 아끼고 아껴도 얄팍해지는 지갑 사정에 그들의 취향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샴푸를 살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향 대신 묶음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옷도 디자인보단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돌려 입기 좋은 상품을 고르기 일쑤다. 무엇보다 지금의 무지출 챌린지가 3고 위기로 촉발된 비자발적, 울며 겨자먹기식 소비 행태라는 점에선 씁쓸하기까지 하다.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2030세대의 비자발적 무지출 챌린지가 하루빨리 자발적 절약 운동으로 바뀌어 잊고 살았던 취향을 되찾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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