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대중국 수출] 30년 수출효자 중국, 尹정부에선 '회색코뿔소'

2022-07-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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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30년간 무역 효자 노릇을 하던 중국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적자로 돌아서며 ‘회색코뿔소’로 탈바꿈하는 모양새다. 회색코뿔소란 예측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의미한다.

대중 무역적자 폭이 커지며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졌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역량 부동의 1위인 대중 무역을 만회해 경기 연착륙을 노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반기 대중국 무역수지 전년 대비 64.2%↓
31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중 무역수지는 전년 동기(116억8000만 달러) 대비 64.2% 감소한 41억8000만 달러 흑자에 머물렀다.
지난 5월과 6월에는 각각 11억 달러, 12억 달러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약 30년 만에 두 달 연속 대중 무역이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도 적자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3개월 연속 적자는 한·중 수교 첫해인 1992년 8~10월 이후 처음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이미 15억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대중 무역이 적자를 보이는 이유는 수출 부진과 수입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대중 수출액은 중국 코로나 봉쇄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에 그친 813억8200만 달러인 반면 수입액은 반도체·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772억400만 달러로 19.7% 급증했다.

대중 무역이 흔들리자 전체 무역수지까지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석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상반기는 역대 최대 적자 규모인 103억 달러로 마쳤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9일 '제4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하절기 냉방 수요 등으로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며 7월 무역수지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대신 탈중국을 모색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최근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내수 중심 전략을 언급하며 "중국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우리가 원하는 것만큼 중국 시장이 작동하지 않을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우리나라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한 데 이어 미국·대만·일본과 함께 반도체 동맹인 '칩4' 가입까지 검토 중이다. 이 두 협력체는 사실상 미국이 중국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조치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한·중 수교 30주년 무색…묘수 없는 산업부
산업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중 무역수지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듬해부터 29년간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액 규모도 1993년 12억 달러에서 2021년 243억 달러로 20배 넘게 확대됐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한·중 간 교역량은 수교 첫해인 1992년 63억 달러에서 2021년 3015억 달러로 46배 이상 늘었다.

이에 힘입어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수출·수입국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25.3%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도 전체 수출액 3505억 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이 814억 달러로 23.2%를 차지했다

하지만 추세는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대중 수출 비중은 1년 전인 지난해 상반기(25.1%)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5월엔 1994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월 기준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기조는 6~7월에도 계속되며 수교 이후 두 번째 3개월 연속 적자가 가시화하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는 수교를 체결한 1992년 8월부터 10월까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해 11월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1994년 1월과 8월 외엔 매달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중 무역적자가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회복 기조 대신 중국 자극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중국 견제 기조를 밝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나토 정상회의는 윤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데뷔 무대였다. 지난 5월엔 중국과 대립 중인 미국이 주도한 IPEF에 창립 멤버로 참가하며 반중 움직임을 재차 보여줬다.

윤석열 정부 인사들 역시 반중 정서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중 무역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 경제가 거의 '꼬라박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등 거친 말을 쏟아냈다. 

중국 정부는 나토 회담이 끝난 직후인 지난 6월 30일 "중국 이익을 해치는 상황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행보에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7월 4일엔 하루 뒤 열릴 예정이었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투자 후속협상 수석대표 회의'를 돌연 취소하며 불편한 속내를 재차 드러냈다.

양국 외교관계 악화는 무역적자 폭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중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들 부담이 한층 커진 것이다.

이런데도 산업부는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중 성향 국가와 잇달아 경제동맹을 체결한 것에 대해 "중국 견제용은 아니다"라고 하거나 IPEF를 두고는 "순수한 경제협력체로 미국도 명시적으로 반중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는 등 해명에만 급급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지난 22일 중국 수출 관련 기업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론적 대책만 나열한 채 "8월에 종합적인 수출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재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는 "앞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 등으로 중국 제재를 받아 한국이 어려움을 겪은 점을 고려하면 점진적으로 다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아직 중국에 자동차·반도체 등 공장을 지으며 투자를 많이 해둔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대안을 찾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가 많은 중국 시장이 가진 구매력도 있고 아직 대안으로 제시되는 국가들 경제 수준도 저조한 상황"이라며 "정치적으로 가까운 미국과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중국 사이에서 균형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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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귀시장을 대체할 그런 시장이있나? 멍충이들아, 경제를 정치논리로 풀어 다 망해 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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