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상승하면서 증시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 높다. 위험자산의 끝판왕으로 불리고 있는 이들 가상화폐의 가격은 증시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경기침체 우려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주가와 이들 코인들의 방향 역시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9일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4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2.01% 하락했다. 반면 이더리움은 4.07% 상승중이다. 7일 기준으로는 일주일간 비트코인이 10.67%, 이더리움은 42.12%가 급등했다. 이들 코인은 달러 강세가 본격화 된 이후 하락한 뒤 횡보세를 나타낸 바 있으나 최근 재차 상승세를 나타내며 강세를 보였다.
전날 미국 증시가 장 초반 강세를 나타낸 배경에는 이더리움 급등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가상 자산 시장은 그동안 테라-루나 사태에 따른 후폭풍과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수급적인 요인으로 급락세를 면치 못해왔다”며 “그런 가운데 이날 이더리움이 급등하는 등 대부분의 자산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이슈가 부각됐다기보다 이더리움 2.0 업데이트가 9월 19일 이뤄진다는 소식에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며 “이더리움은 물론 비트코인 등 여타 가상자산 품목들의 급등세를 불러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코인과 동조화된 시장
코인시장과 증권시장의 동조화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암호화폐 리서치 업체인 인투더블록(IntotheBlock)은 올해 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과 나스닥 100지수의 상관계수가 0.9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가상자산과 주식이 완벽히 동조화 된 것을 의미한다.
국내 시장도 엇비슷한 모습이다. 일례로 비트코인 시장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급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5월 5일 1비트코인당 3만9000달러 수준에서 루나사태가 터진 직후인 5월 12일에는 3만달러가 붕괴된 2만2900달러로 내렸다. 이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횡보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6월 10일 이후 급락세를 나타내며 6월 19일에는 1만7000달러까지 밀린 바 있다. 현재는 2만달러를 회복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연초 4만6000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 이상 떨어진 셈이다.
증시 역시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지수는 5월 초 2600포인트 선에서 거래를 이어가다 5월 10일을 전후로 2500선으로 밀렸고, 지난 7월 4일에는 2276.63을 기록하면서 연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코스피 지수가 반등하는 모습과 비교하면 증시와 코인시장의 움직임은 같은 궤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경우 변동성이 주식보다 커 초고위험 투자수단”이라며 “이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대외환경과 변수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공격적인 성향의 주식 투자자와 비슷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의 코인 가격 상승과 주식 시장의 반등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덜 매파적인 통화정책 발표가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동현 리서치알음 대표는 “최근 코인시장의 상승 배경은 주식시장 상승과 이유가 같다”며 “연준이 100bp(1bp=0.01%포인트) 금리인상 기조에서 한 발 물러나 75bp인상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시·가상화폐 반등 앞으로 이어질까?
당분간 증시 흐름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상화폐 또한 시장의 흐름에 따라 등락이 결정지어질 전망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지역 순방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한 점이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애플의 긴축으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도 확대되면서 이날 코인시장과 주식시장 모두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물가 피크아웃 기대감이 높지만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시장을 장악한 모습”이라며 “애플 등 빅테크의 투자, 고용 등 지출 감소는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증시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도 “최근 수일간 국내 증시는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반등했으나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감안하면, 주가의 실적 민감도는 재차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는 애플이 경기둔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사업부문에 대해 내년 고용 및 지출예산을 줄일 것이라는 소식 유입되어 미국 증시가 하락 반전한 가운데 약세를 기록했다”며 “다음 주 애플과 더불어 인텔, 퀄컴 등 대형 기술주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해당 소식이 경기침체 우려 및 실적 불안심리를 자극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러 강세 압력 확대에 따른 미국 기업들의 실적 훼손 우려가 결국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다시금 자극할 수 있다”며 “본격적으로 어닝 시즌에 돌입하며 당장의 실적 수준보다는 기업들의 가이던스 발표 여부와 해당 내용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포트폴리오 편입 시 긍정적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은 어렵다는 평가다. 다만 포트폴리오에 편입 시 자산 배분 효과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방민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을 주식, 채권, 금과 같은 기존 자산군과 동등한 지위로 대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지나치게 높은 변동성을 꼽을 수 있다”면서 “2018년 가상화폐 하락장에서 비트코인의 최대낙폭은 무려 -83%에 달했다. 가상자산의 엄청난 변동성 자체만으로도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산배분의 관점에서는 다르다는 평가다. 방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내에서 소규모(1%~10%) 비중을 가져가며 모멘텀 전략을 시행할 시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단기 모멘텀을 유의하며 목표 변동성과 기대 수익률에 따라 전략적으로 운용한다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