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칼럼] 시작도 정리도 쉽지 않은 해외 자원개발의 딜레마

2022-07-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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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

자원 보유는 축복(blessings)일까 또는 재앙(curse)일까? 자원은 축복인 것이 분명한데 무슨 말이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2022. 7월 현재 유엔 회원국 193개를 포함한 250개 나라 중에서 경제적 가치를 떠나 자원이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자원 보유국 중에는 선진국도 있지만 개도국도 많다. 산업혁명기 영국, 독일 등은 철강, 석탄 등 경제적 가치가 큰 부존자원을 산업기술과 결합하여 경제 발전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한편 자원은 있지만 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높은 부가가치를 얻지 못하는 나라는 경제 발전에서 뒤처지게 되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외 자원 개척 역사는 본격적으로는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해외 자원 개발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농림산물부터 시작한 해외 자원 확보는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광물로 확대되었다. 중남미에서는 은, 사탕수수 등이 유럽으로 반출되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향신료에서 출발하여 고무 등 플랜테이션과 주석 등 광물 개발로 확대되었고 광물의 보물창고인 아프리카에서는 코발트, 망간 등 각종 광물이 개발되었다. 자원 보유국인 식민지 국가들에는 자원이 축복은커녕 저주였을지도 모른다. 석탄은 산업혁명을 촉발하였지만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석유혁명은 미국의 텍사스, 캘리포니아 유전 개발을 거쳐 중동 지역 석유, 가스전의 대대적 발굴로 이어진다.
 
외국 자본의 자원 개발에 대한 반발로 자원 민족주의가 1930년대 후반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시작되었고 1960년대 OPEC 결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자원의 저주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자원 보유국 내에서 자원을 서로 차지하려는 치열한 유혈 전쟁이 벌어졌다. 전리품은 승자들이 차지하게 되었고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자원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여 소위 네덜란드병에 걸렸고 남미 등의 수입 대체 국산화를 통한 산업 발전 전략과 시차를 두고 겹치면서 국가의 수출 경쟁력 하락을 초래하였다. 자원은 경제 발전을 위해 쓰이지만 그 발자국은 깊게 파인다. 자원 발굴과 사용에 비례해서 환경은 오염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인가 보다.
 
자원 민족주의에 따라 각국의 자원 주권이 강화되고 자원 개발은 공급자 시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자원이 필요한 국가들은 탐사 및 개발권을 큰돈을 주고 사들였다. 해외 자원 개발을 통한 자원 확보는 노동력과 더불어 해외 투자(foreign investment)의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하부 사슬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다. 그러나 제조업에 반드시 필요한 석탄과 석유 등 연료, 철과 구리 등 중요 원료의 부존이 빈약한 나라다. 한때 우리의 최대 수출 품목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텅스텐, 철광석, 흑연 등 광물이었지만 옛이야기일 뿐이다. 한때 350개에 달하는 석탄광이 있었지만 현재 가행 석탄광은 4개에 불과하고 석회석, 고령토 등이 주로 생산되고 있을 뿐이다. 그 결과 2021년 에너지 수입액이 총수입액의 22%에 달하고 광물의 수입의존도는 금액 기준으로 95%에 이른다.
 
우리의 국내 자원 개발에도 고통과 어려움이 많았다. 석탄업계에는 돈이 넘쳐난다는 말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1996년 태백탄광 매몰 사태 등 여러 인명 사고의 아픔 또한 겪어야 했다. 지금도 폐광 지역 광해방지와 복구 등을 위해 상당한 예산과 노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대가 바뀌어 땅속 대신 태양과 바람에서 에너지를 찾는 재생에너지 생산 노력이 전개되고 있지만 그 또한 생산비와 환경 문제 등 제약이 있는 실정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자원시장이 공급자 시장으로 바뀐 1970년대 후반부터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섰다. 산업의 고도화로 우리나라의 해외 투자 분야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 투자가 해외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까지 누계로 10% 정도다. 천 길 땅속을 헤아려야 하는 해외 자원 개발은 소위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대표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한때 해외 자원 개발에 역점을 두기도 하였으나 광물 가격 변동과 사업비용 증가 등으로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이후 자원 개발 정책은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고 지난 정부부터 공공부문의 역할은 민간 지원으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광산도 가급적 정리하도록 방향을 설정하였다.
 
해외 자원 개발의 착수가 어렵듯이 해외 광산의 출구전략(exit strategy)도 간단치 않다. 어느 광산을 언제 얼마에 매각하느냐에 대한 컨센서스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자원 개발 지역의 대부분인 해외 산간오지에서 여러 난간을 견뎌가며 자원 개발에 참여한 국민들의 그간의 노력과 쌓인 경험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아쉬움도 있다. 코로나로 공급망 관리 문제가 나타나듯이 광물 가격 급등에 따라 해외 자원 개발의 필요성이 언제 다시 대두될지 모른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추진해야 하는 해외 자원 개발 정책은 언제나 어렵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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