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페이스 개막] 세계가 주목하는 달 탐사, 경제적·과학적 가치 충분

2022-07-1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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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종식 후 시든 달 탐사, 전 세계가 다시 주목

달 기지 건설, 장기 거주, 이온 엔진 등 기술 개발

화성 탐사 위한 테스트 베드로 활용성 가능성 커

달 남극 기지 상상도[사진=NASA]

영미권에서는 문샷(Moon Shot)이라는 단어를 관용어처럼 쓴다. 표면적인 의미는 달을 향해 로켓 등 발사체를 쏜다는 의미지만, 기존 틀을 깨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도전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이 말이 쓰인 것은 1960년대다. 1961년 5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960년대가 끝나기 전까지 달에 인간을 보내고 안전하게 귀환시킨다는 계획을 국회에서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멀리서 달을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을 개선하기보다는 직접 인간을 보내 탐사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통해 유인 달 탐사에 성공한다.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 경쟁은 미국과 소련 간 냉전에서 비롯됐다. 소련은 1957년 10월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 충격을 줬다. 소련의 앞선 기술력은 물론 핵탄두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언제든 자국에 도달할 수 있음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1957년 11월 살아 있는 개 '라이카'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했고, 1961년 4월에는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운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통해 지구 궤도 선회에 성공하면서 체제 우수성을 선전했다.

다만 달 탐사는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었으며 냉전이 종식되면서 경제적·정치적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았다.

◆지구 밖에서 인간이 살 수 있을까? 테스트 베드가 된 달

이러한 달 탐사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달 궤도에 우주 정거장을 짓고, 달 표면에는 달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적 우월함을 과시하던 냉전 시대와 달리 경제적·과학적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달은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각종 실험에서 중요한 테스트 베드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얼음의 존재다.

보통 지구 밖 행성에서 물(얼음)이 발견되면 이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데, 달은 조금 다르다. 전문가들은 달에서 발견된 얼음은 자체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운석에 실려온 얼음으로 판단하고 있다.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달의 바다'라고 상상했던 지역 역시 실제로는 지각운동으로 만들어진 용암지대로 밝혀졌다.

하지만 달에 얼음이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우주 환경 실험은 충분히 가능하다. 달의 극지방은 태양이 닿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은 달 남극과 북극 지역 4만㎡가량 토양에 얼음 형태로 된 물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극지방에 기지를 건설한다.

이 기지에서 얼음이 포함된 토양의 식수를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농작물을 키우는 등 지구 보급 없이 우주 기지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특히 물을 확보할 수 있으면 이를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지구 중력 대비 6분의 1, 달 기지 통한 심우주 기술 개발한다

중력이 약하고 대기가 없다는 점 역시 각종 우주 탐사를 위한 실험 장소로서 매력적인 요소다. 달은 언제나 한쪽 면으로 지구를 바라본다. 달 자전주기와 지구를 공전하는 주기가 29.5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달 뒷면은 언제나 지구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어 우주 먼 곳으로 발사체를 쏠 수 있는 발사장도 만들 수 있다.

특히 달 중력은 지구 중력에 비해 6분의 1에 불과하다. 지구보다 더 적은 연료로도 우주 먼 곳까지 발사체를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현지에서 연료를 조달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이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달은 이 조건에도 어느 정도 부합한다.

현재 상용화된 로켓은 등유(케로신)와 액체산소를 각각 연료와 산화제로 사용하는 화학 엔진이다. 우주 공간에서 산소 없이는 등유가 점화할 수 없기 때문에 액체산소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미래에 우주선 추진 방식으로 주목받는 것은 이온 엔진이다. 이온 엔진은 제논이나 아르곤 등 비활성 기체를 추진제로 사용하고, 전기적 방식으로 이온화해 추진력을 얻는 기관이다.

가속도는 화학 엔진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해 대기권이나 지구 중력권에서 사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지구에서는 추력이 엔진 자체 무게도 들어 올리지 못할 정도로 낮다.

반면 무중력 공간인 우주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며 특히 연비는 화학 엔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1998년 10월 NASA가 발사한 딥 스페이스1호는 이 엔진을 탑재하고 약 2년간 소행성 탐사 등 임무를 수행했다. NASA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제논 72㎏을 이용해 2년간 엔진을 멈추지 않고 가동했다.

추진력은 약하지만 지속성이 강해 심우주 탐사를 위한 엔진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특히 NASA는 2013년 6월 연구 중인 이온 엔진 NEXT(NASA's Evolutionary Xenon Thruster)를 4만3000시간 연속 가동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쓰인 추진제는 고작 870㎏에 불과했다.

현재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 중 건설할 달 궤도 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에 차세대 이온 엔진인 APES(Advanced Electric Propulsion System)를 탑재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제논을 5톤(t)가량 탑재하며 이 연료로 약 5만시간 작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자세 제어나 소형 탐사선용으로만 쓰이던 이온 엔진을 대형 우주 정거장에 접목해 실험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추력을 높인 이온 추진기관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약하다. 따라서 적은 화학 연료를 이용해 우주선을 달 기지에서 발사하고, 이후 이온 엔진을 통해 항해하는 복합적인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대기 없는 환경···지구에서 시도하지 못한 다양한 실험 가능해
 

달 궤도 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 상상도[사진=NASA]

달에는 대기가 없어 구름 등이 생성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은 지구에서 불가능한 각종 실험에도 어울린다.

만약 달에 고해상도 지상 망원경을 설치한다면 지구보다 더 선명한 우주 관측이 가능하다. 지구는 구름은 물론 대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에 빛이 난반사돼 우주를 관측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허블이나 제임스 웹 등 우주망원경이 도입되는 이유다. 달은 지상이기 때문에 기존 우주망원경보다 더 크고 해상도가 높은 초대형 망원경을 건설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고해상도 우주 관측 사진도 얻을 수 있다.

대기가 없기 때문에 지구라면 지표면에 닿기 전 타버릴 소형 운석도 그대로 낙하한다. 이러한 환경은 달 유인 거주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 월면에는 우주 방사선이 끊임없이 내리쬔다. 지구 자기장처럼 인간을 보호해주는 환경이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을 실제로 경험해본 적 없는 인류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경험이 될 수 있다. 우선 달 기지 건설을 위해 달 지하에 있는 용암 동굴을 이용하는 방안이 꼽히고 있다. 달 표면에 구멍을 뚫고 용암 동굴을 찾아 기지를 건설해 토목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낀다는 계획이다.

달 토양을 이용하는 방식 역시 고려 중이다. 건축에 필요한 자재를 지구에서 직접 조달하기 어려운 만큼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돔 형태로 우주기지를 건설하고 이를 달 토양으로 덮으면 우주 방사선을 막아 기지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과정에 달에서 나온 소재를 통한 3D 프린팅도 고려되고 있는 만큼, 지구와는 다른 방식을 통한 건축 기술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태양풍은 달 토양에 헬륨-3를 공급한다. 헬륨-3는 핵융합을 위한 차세대 자원으로 꼽히고 있으며, 태양이 존재하는 한 무한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토양에서 헬륨-3를 추출해 가공하는 기술 역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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